입법부 수장 출신 논란에도 발탁…정세균 "경제 살리기·국민통합에 주력"

입력 2019-12-17 17:19   수정 2019-12-18 01:05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차기 국무총리 후보자로 낙점하면서 경제 전문성, 집권 후반기 국정 안정성,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 등 크게 세 가지 요인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정 후보자는 성공한 실물 경제인 출신”이라고 강조했다. ‘경제 총리’를 염두에 두고 인사를 고민해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생과 경제에서 성과를 낼 적임자”라고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격적인 총리 인사 단행

총리 인사와 관련해 당초 여권에선 국회에서 논의 중인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이 가닥을 잡은 뒤에나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유력했으나 문 대통령은 이날 전격적으로 인사를 발표했다. 국회 상황이 정리되길 무작정 기다릴 수 없는 데다 인사청문회 일정과 연말 공직 분위기 쇄신 등을 감안해 한 박자 빠른 인사 조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정 후보자는 6선 중진 의원으로 정책위원회 의장, 원내대표 및 당대표를 두루 경험해 내각의 ‘군기반장’ 역할을 해온 이낙연 총리가 나간 자리를 메우기에 손색이 없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정 후보자는 온화한 성격으로 ‘미스터 스마일’로 불리지만 한번 목표를 정하면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여권 관계자는 “최약체 야당 대표 시절이던 2009년 사활이 걸린 인천 부평 재·보궐선거 당시 매일 국회에서 부평까지 걸어서 출퇴근을 하며 지원유세를 펼쳐 선거 연패 기록을 끊었다”고 전했다. 여야 간 유례없는 대치정국에서 치러질 인사청문회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어렵게 모셨다고 표현할 정도로 본인도 고심이 많았다”고 전했다. 청와대 참모진 중에서는 정 후보자가 민주당 대표이던 2009년 당 대변인을 맡았던 노영민 비서실장, 대표 비서실장이던 강기정 정무수석과 가깝다.

문 대통령 “주저함 있었다”

입법부 수장을 지낸 인사가 행정부의 2인자인 국무총리로 가는 데 대해 ‘삼권분립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점은 부담이다. 문 대통령도 “주저함이 있었다”고 밝힌 것처럼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갈등과 분열의 정치가 극심한 이 시기에 야당을 존중하고 협치하면서 국민의 통합과 화합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임명 배경을 설명했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여야를 운영했던 경험과 협치 능력을 높이 평가해 비상한 각오로 모셨다”며 “여러 가지로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 집권 후반기 성과를 내기 위해선 내각을 확실히 책임지고 실질적 성과를 낼 인재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의장 출신으로 고심 끝에 국민에게 힘이 되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고 판단해 총리 지명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야당은 반발 “지명 철회해야”

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통과를 두고 여권에서는 6선 정치인으로 수차례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고, 산업자원부 장관 후보로 인사검증을 거친 점을 들어 크게 문제 될 부분이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뿐 아니라 친여 성향의 야당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최종 관문 통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70년 대한민국 헌정사의 치욕이자 기본적인 국정 질서도 망각한 폭거”라며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천정배 대안신당 의원은 지난 15일 “삼권분립 정신을 이렇게 짓밟아도 되느냐”며 인준 투표 시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한편 총리 외에 장관 등에 대한 추가 인사 가능성과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전까지 개각폭을 최소화한 뒤 내년 4월 이후 대대적 개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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