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2채 소유하고 있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2·16부동산대책(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 발표된 당일 집을 내놨다고 밝혔다. 서울 잠원동과 세종시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하고 옥수동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그는 세종시 아파트를 매도하겠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서울 광화문 아펠가모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송년간담회에서 '청와대가 공무원들에게 집을 팔라고 했는데 상황이 어떤가'라는 질문에 "저도 당연히 해당된다"며 "어제 오후 5시께 세입자에게 (집을 팔 것이라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공개된 인사청문 요청안에 따르면 은 위원장은 배우자와 두 아들을 포함해 재산이 총 31억6194만원이다. 주택으로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 9억3000만원, 세종시 아파트 2억900만원 2채를 보유했고 각각 6억원, 2억원의 전세보증금으로 임대했다. 서울 성동구 옥수동 아파트의 8억5000만원 전세권도 보유 중이다.
은 위원장은 "예전에는 거기(세종시)로 근무할 생각으로 샀던 것이지만, 이제는 서울에서 살 것이니 처분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의 발언이 주목을 받은 까닭은 청와대가 '집을 팔라'고 주문한 이후, 고위 공직자 중에 집을 매도할 의사를 공식적으로 처음 밝혔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전날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공무원들의 솔선수범을 당부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수도권 내 2채 이상 집을 보유한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은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면 이른 시일 안에 1채를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하라"며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2·16부동산대책에 따르면 17일(오늘)부터 규제지역에서 시가 15억원을 넘는 초고가 아파트를 살 경우 담보 대출이 아예 금지된다. 15억원 기준은 공시가격이 아닌 한국감정원과 KB 시세 등 시가를 기준으로 한다. 무주택자라고 하더라도 15억원을 넘는 아파트는 대출을 받을 수 없다. 계약서상 금액이 15억 원이 안 된다고 해도 시세가 15억원이 넘으면 대출이 금지된다. 이미 대출 신청을 했거나 계약을 한 부분은 제외된다.
오는 23일부터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 적용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40%)이 강화된다. 9억∼15억 원 구간을 만들어 9억원 이하 구간에만 40%를 적용한다. 9억원이 넘는 주택에 대해서는 LTV를 20%로 적용한다.
은 위원장은 대출규제를 골자로 발표된 부동산 대책에 대해 '충분히 검토했다'며 정책의 실효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정책 때문에 오히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15억 이상의 주택에 대출이 불가하면, 그 이하의 주택가격이 오른다는데 이건 동의할 수 없다"며 "고가 주택의 대출금지는 주택가격 안정시키고 중산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정책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주택가격을 잡는 게 중산층에 도움이 되지, 계속 빌려줘서 집을 사게 하는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은 위원장은 "대출금지로 '중산층이 집을 살 수 없다',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하는데 거꾸로 생각하면 집값이 계속 오르는데 주택담보인정비율(LTV)만 갖고 중산층이 집을 살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대출을 못해서 집을 못 사는 것과 가격이 올라서 못 사는 건 다르다"고 덧붙였다.
갑작스런 발표로 은행창구에서의 혼란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부터 시행되는 주택 15억원 이상에 대한 대출금지는 심플하다"며 "다음 주는 LTV에 대한 규제가 있는데, 이는 은행권을 비롯해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가 모두 나서서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현재의 집값에 대해서는 '버블'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집값은 버블이고 비정상이라는 생각이다"라며 "이제 좀 정상화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은 위원장은 자신의 상황과 빗대어 집값이 안정화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나도) 보유세를 많이 내는데 집값이 내려왔으면 한다. 집값이 올라가는 게 행복하지 않다"며 "살고 있는 집 1채 가지고 있는 건 의미가 없다. 집을 팔고 현금이 있을 때 의미가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앞서 가진 모두말씀에서 은 위원장은 "내년에도 금융시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불안요인을 확인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혁신금융 가속화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내놓고,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와 금융부문을 포함한 주택시장 안정 방안을 발표한 점을 성과로 꼽았다.
2020년 금융위원회 정책 추진방향에 대해서는 "저금리에 따른 자산시장 불안정이 우려되는 만큼 불안요인을 철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한 경우 거시건전성분석협의회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이를 바탕으로 혁신금융 가속화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일괄담보제도 도입, 면책제도 개편 등을 통해 기존 금융회사의 영업관행을 변화시키겠다고 다짐도 덧붙였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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