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열차' 올라타는 이낙연…종로 출마하거나 선대위원장 맡을 듯

입력 2019-12-17 17:22   수정 2019-12-18 01:27

이낙연 국무총리가 ‘여의도’ 복귀를 눈앞에 두게 됐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에게 총리직을 물려주는 대로 더불어민주당으로 돌아가 정치 행보를 재개할 전망이다. 정치권은 이 총리가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에서 출마하거나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총선 과정에서 당내 입지를 다진 뒤 ‘잠룡’으로서 향후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 “자신의 정치하게 이 총리 놓아드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청와대에서 정세균 총리 후보자 지명을 발표하면서 “(이 총리가) 국민으로부터 신망을 받고 있는 만큼 이제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어느 자리에 서든 계속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해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자신의 정치’와 ‘봉사’는 이 총리의 ‘총선 역할론’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의 ‘놓아드린다’는 발언에 대해 “그것이 경찰 용어로 ‘훈방한다’는 표현”이라며 웃어 보였다. 이 총리는 “(문 대통령이) 지난 16일 주례회동 직후에 ‘총리님도 자기 정치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말씀해주셨다”고 전했다. 향후 당에서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저나 (이해찬) 대표나 청와대는 그런 이야기까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미 내년 4월 총선을 염두에 두고 올 들어 민주당 개혁성향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와 비공개 회동을 이어가는 등 당내 인사들과의 소통을 강화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 측 관계자는 “이 총리와 민주당 지도부 간에 ‘당으로 돌아와 총선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당과의 조율을 거쳐 역할이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黃과 맞대결 시 ‘대선 전초전’

이 총리는 정치인으로서의 중량감을 고려해 볼 때 내년 총선에서 ‘키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총리는 2017년 5월 임명된 뒤 2년6개월여 동안 재직하고 있는 최장수 총리이자 현직 총리로서는 유일하게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다.

내년 종로 출마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종로는 정치적 상징성이 커 총선 때마다 여야 거물들의 격전지로 떠오른다. 지금까지 윤보선(제4대)·노무현(제16대)·이명박(제17대) 등 세 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다. 종로는 정 후보자의 총리 취임과 함께 공석이 된다. 지난달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내에 마땅한 경쟁자도 없다.

자유한국당에서 황교안 대표를 종로에 함께 내세우면 사실상 ‘대선 전초전’이 될 전망이다. 다만 한국당에서는 대구 출마를 접은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종로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총리가 서울 광진을에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종로 출마에 비해서는 가능성이 작은 시나리오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광진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하면 후임 민주당 출마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겨루게 된다.

정 후보자 국회 인준이 변수

이 총리의 지역구 출마는 정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지역구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인 내년 1월 16일 이전에 정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이뤄지지 않으면 총리 자리를 공석으로 두지 않는 한 이 총리의 지역구 출마 여부는 불가능하다. 다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총리 대행을 맡기는 방법이 검토될 수 있다.

이 총리가 지역구에 출마하는 대신 비례대표에 출마하면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함께 당 선대위원장을 맡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 총리 역시 비례대표 출마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총리 사퇴시한은 내년 3월 16일이다.

이 총리가 총선에서 성과를 내면 자연히 대권 행보에 들어갈 전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총리가 아직 당내 기반이 약하지만 총선을 통해 입지를 굳히면 유력 대선 주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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