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외면한 '타다 금지법'
‘혁신’의 사전적 의미는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꿔서 새롭게 함’이다. 경영사상가 피터 드러커는 ‘소비자들이 이제껏 느껴온 가치와 만족에 변화를 일으키는 활동’으로 정의했다. 택시업계 주장처럼 타다를 모빌리티(이동수단) 패러다임을 바꾸는 드론택시나 자율주행차의 혁신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날아다니고 AI가 운전해야만 혁신인 것은 아니다. 타다가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치와 만족에 변화를 일으킨 것도 혁신이란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스마트폰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는 배달 앱도 처음 등장했을 때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전화 주문을 앱으로 구현한 것뿐인데 뭐가 혁신이냐는 비아냥이 나왔다.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통행세를 걷는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보급과 1인 가구 증가, 배달 음식 다양화 등 영향으로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배달의 민족’ 브랜드를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독일 기업에 40억달러(약 4조7000억원)의 가치로 매각됐다. 단순히 치킨과 짜장면을 배달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AI 빅데이터 등과 접목해 식문화를 바꿔가는 기업이 됐다. ‘배달의 민족’이 혁신을 이어가지 못하고, 정부가 규제의 칼을 들이대 성장의 싹을 잘랐다면 국내 인터넷기업 사상 최대 규모 매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미래 봐야 혁신성장 가능
어떤 제품과 서비스가 혁신적이냐를 평가하는 명확한 잣대는 없다. 소비자가 느끼는 변화의 정도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혁신이냐, 아니냐’는 타다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크게 고려되지 않았던 것 같다. 우버와 카풀이 타다보다 훨씬 더 혁신적인데도 정부가 서비스를 막은 것을 보면 그렇다. 만약 혁신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었다면 이들 서비스는 벌써 시작됐어야 할 것이다. 그래놓고는 국토교통부 간부가 “타다만 혁신이냐”고 비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혁신만큼 평가절하돼 사용되는 단어도 없을 것이다. 정치인과 관료들은 온 세상을 혁신할 것처럼 떠들지만 정작 미래보다는 과거, 새로운 것보다는 기존의 것에 집착하고 있다. 기득권 세력이 반대하면 법까지 고쳐가며 막는다. 혁신의 수혜자인 다수 소비자는 무시된다. 이러고도 ‘혁신성장’을 입에 올릴 자격이 있는지, 한국에서 과연 혁신은 가능할지 의문이다.
타다 하나로 끝날 일이 아니다.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비슷한 논란이 터져나올 것이다. 머지않아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린다. 타다와는 비교도 안 될 사회적 갈등이 예고돼 있다. 혁신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 속에서 실현될 수 있다. 한국 경제 사회의 구조와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의지 없이는 미래산업은 열매를 맺기 전에 시들고 말 것이다. 혁신이 사라진 나라의 미래가 어떨지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tetr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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