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송철호 울산시장 측근인 송병기 울산시 부시장 업무 일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한 정황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시장은 청와대에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의 비위 의혹이 담긴 문건을 최초 제보한 인물이다.
18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송 부시장 업무 일지에는 문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통해 2017년 10월 송 시장에게 울산시장 출마 요청을 했고, 청와대가 송 시장 당내 경쟁자를 정리하려 했다는 취지의 메모가 있었다.
대통령의 출마 권유는 문제가 없지만 권유 직후 청와대가 송 시장을 지원하고 당내 경쟁 후보들을 배제하려고 시도했다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작년 4월 당내 후보 선출 절차를 생략하고 송 시장을 단독 공천했다.
검찰은 지난 6일 송 부시장의 집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 수색해 작년 6월 울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송 시장 측근들이 만든 '선거 전략' 문건을 다량 확보했다. 압수물 중엔 송 부시장의 업무 일지도 있었다.
송 부시장의 2017년 10월 13일 업무 일지엔 'VIP가 직접 후보 출마 요청 부담(면목 없음)으로 실장이 요청'이라고 적혀 있다.
문 대통령이 송 시장 출마를 원하고 있으나 직접 요구를 하기엔 '면목'이 없어, 이 요청을 비서실장에게 대신하게 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비슷한 시기 송 부시장의 다른 업무 일지 속 메모를 보면 청와대의 '관여' 정황이 더 짙어진다. 'VIP 출마 요청'이 적혀 있는 2017년 10월 13일 메모 하단엔 송 시장의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A, B씨에 대한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A(○○발전), B(자리 요구)'라고 돼 있는 것이다. 청와대가 송 시장의 경쟁 후보들을 다른 자리로 보내는 식으로 '교통정리'를 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생길 수 있는 대목이다.
또 11월 초 작성된 메모에는 '중앙당과 BH, B 제거→송 장관 체제로 정리'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민주당과 청와대(BH)가 송 시장의 유력 경쟁 주자인 B씨를 '제거'하고 송 시장이 민주당 후보가 되게 할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송 시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급인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을 지냈다.
이런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사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천 개입' 사건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친박 인사들을 당선시키려고 청와대 자체 여론조사를 하게 하고, 당시 새누리당 공천위에 친박 인사들 명단을 전달한 혐의(선거법 위반)로 작년 11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한편 청와대는 "작년 울산시장 선거에 어떤 관여도 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