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36년 만에 일본에 신공장 가동하는 시세이도가 직면한 '최악 타이밍의 저주'

입력 2019-12-18 10:00   수정 2019-12-1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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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인 화장품 제조업체인 시세이도가 크리스마스이브인 1224일에 도치기현 오타와라시에 대규모 신공장 가동을 시작합니다. 36년 만에 일본에 새로 들어서는 제조시설이어서 신설결정이 나왔던 2년 전부터 줄곧 일본 언론의 관심을 받아왔던 공장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세이도의 야심찬 계획이 크리스마스 선물보다는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당초 방일 관광객 증가와 중국시장 수요 성장에 대응해 메이드 인 재팬화장품의 공급을 늘리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하지만 홍콩의 민주화 운동이 격화된 영향으로 주 수입원인 홍콩 관광객의 일본방문이 크게 줄었고, 덩달아 중국시장마저 수요가 당초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한·일 관계 악화로 한국인 관광객 감소와 일본상품 불매운동의 영향 등으로 시세이도의 대규모 시설투자를 한 결정이 악수(惡手)’로 판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시세이도는 오는 24일에 도치기현 오타와라시에 있는 나스공장 가동을 시작합니다. 36년 만에 일본 내에 새로 들어선 공장이 정상 조업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시세이도측은 장래에는 이 공장에서 3000억엔(31889억원)의 매출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시세이도측은 올해 나스공장 가동에 들어가는데 이어 내년에는 오사카 인근에 새로운 공장을 돌린다는 계획입니다. 2022년에는 후쿠오카현 구르메시에 스킨케어 제품을 생산하는 신공장까지 가동에 들어갑니다. 일본 내에서만 사이타마현, 시즈오카현 등 총 6개의 공장을 운영하게 되는 것입니다. 시세이도는 3개의 새 공장을 마련하고, 기존 공장을 리모델링하는데 총 1700억엔(18081억원)을 설비투자액으로 쏟아 부었습니다. 신 공장들이 모두 돌아가게 되면 시세이도의 화장품 생산능력은 현재 대비 거의 두 배 가까이 늘게 됩니다.

당초 시세이도가 생산시설 증설을 결정한 것은 일본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늘면서, 관광객들이 귀국 후에도 지속적으로 일본산 화장품을 구입하고 나서면서 기존 생산시설로는 수요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최근 몇 년간 아시아 각국에서 방일 여행객 수요가 늘고, 아시아 각국으로 수출이 늘면서 메이드 인 재팬화장품 수요가 늘었다고 보고 일본 내 증산을 결심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막상 일본 공장이 가동에 들어갈 시점이 되자 주변 여건이 크게 바뀌어 회사 측은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합니다. 홍콩시위와 한·일 관계 악화 등 증설결정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악재가 겹치면서 신공장이 계획처럼 회사 수익에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진 것입니다.

화장품 제조가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조립과 달리 색감을 조절하는 등 사람의 감성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고, 공장 직원들이 공정에 숙달되는데 적잖은 시간이 걸리는 점도 부담요인으로 꼽힙니다.

당장 일본 내 주요 증권사들이 시세이도의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리포트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골드만삭스증권은 대규모 투자 효과가 단기간에 나오긴 어려워 보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JP모건증권은 대규모 증설 투자가 리스크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시세이도의 주가도 10월말에 비해 14%가량 낮은 수준입니다.

시세이도 측으로선 큰마음을 먹고 내린 투자결정이었지만 결론적으로 최악의 타이밍에 공장이 문을 연 모습입니다. 미래를 예측해 사업결정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시세이도의 국내 공장 증설 효과가 정말로 계획대로 나타날 수 있을지, 아니면 대외변수 충격에 따른 경영상 패착으로 돌아설지 결과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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