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협상 타결에 코스피지수가 7개월여 만에 장중 2200선을 회복했다. 홍콩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이 확인된다면 추가 상승을 기대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18일 오전 9시54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0.21% 내린 2190.96을 기록하고 있다. 한때 2204.04까지 오른 이후 소폭의 하락세로 돌아섰다. 코스피지수가 장중 2200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5월3일 2211.36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는 지난 12일 외신들을 통해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소식이 전해진 이후 상승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세계 경제를 짓눌렸던 미중 무역분쟁의 완화로 수출 중심국인 한국의 상황도 나아질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다만 단기 급등과 남아있는 미중 무역합의에 대한 불확실성이 우려 요인이다. 홍콩 ETF로 자금 유입이 확인된다면 추가 상승을 기대할 만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국에 투자하는 세계 최대 ETF인 'iShares MSCI EM ETF'는 설정액이 급증했고 대만과 한국, 브라질 등 개별 시장에 투자하는 ETF에도 다시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며 "국가별로 강도나 속도의 차이는 있으나 패시브(지수추종) 자금은 한번 방향을 잡으면 수개월간 지속성을 가지고 유입되는 경향이 있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눈여겨 볼 부분은 아직 정체 상태인 홍콩 ETF 자금에도 변화가 있을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헤지(위험회피) 채권인 TIPS 채권에도 자금이 들어올지 여부다. 아시아 금융 거점인 홍콩의 불안은 신흥국 아시아 자금 유입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홍콩 사태가 안정된다면 증시 상방을 더욱 열고 접근할 수 있다"며 "아울러 미중 무역협상 타결에도 인플레이션 기대는 매우 정체돼 있는데, TIPS 채권에 자금이 유입된다면 본격적인 경기 투자가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 "대만 증시, 30년 만에 최고치…반도체 랠리 시사"
대만 증시(자취안 지수)의 상황을 보면, 코스피의 상승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다. 자취안지수는 전날 1990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1만2000선을 넘어섰다.
대만 증시의 대표 지수인 자취안지수는 미중 무역갈등의 불확실성에도 올해 24.3% 상승했다. 1단계 미중 무역협상 기대감이 확산되기 이전인 지난 9월 말 대비로는 11.7% 올랐다.
대만 증시가 세계에서 상위 주가상승률을 기록한 배경에는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수출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유지했기 때문이란 관측이다. 2019년 1~11월 대만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 이는 한국의 10.8% 역성장에 비해 크게 양호하다. 대만의 대미 수출이 21.1% 증가했고, 정보·통신 제품 수출은 25% 급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실상 IT를 중심으로 한 대미 수출 호조가 대만의 수출을 이끈 것"이라며 "이를 반영하듯 세계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 주가는 올 들어 53% 폭등했다"고 말했다. TSMC는 대만 증시의 대장주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이후 미국 'FANG' 주가의 사상 최고치 근접, 대만 증시 및 TSMC 주가의 상승은 반도체 등 IT 업황 상승동력(모멘텀)이 재차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판단이다. 동시에 4차 산업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 및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가 여전히 강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봤다.
박 연구원은 "대만 증시 등 세계 IT 업종 주가의 상승은 한국 수출의 회복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며 "국내 수출 부진의 직접적 원인이었던 대중국과 반도체 수출의 회복 가능성이 커졌다"고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날 장중 52주 최고가를 다시 경신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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