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에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지명했습니다. 정 후보자는 문 대통령의 지명 직후 국회에서 소감을 발표했는데요. 소감 발표 내내 특유의 미소를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정 후보자가 총리 지명에 마냥 기뻐하지 못한 건 '입법부 수반인 국회의장 출신이 행정부 서열 2위인 총리로 간다'는 비판 때문으로 보입니다. 자유한국당은 "삼권분립을 파괴하고 의회를 시녀화하겠다는 독재 선언"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정 후보자는 "많은 고심을 했다"면서도 "국민을 위해서 할 일이 있다면 따지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수락했다"고 말했습니다.
국가 인사의 서열을 규정한 법은 따로 없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의전 관행을 통해 서열을 따져볼 수 있습니다. 정부의전편람에 따르면 행정?입법?사법의 순으로 자리를 배치합니다. 서열 1위 대통령, 2위 국회의장, 3위 대법원장, 4위 헌법재판소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국무총리입니다. 정 후보자 입장에서는 국가 서열 2위였다가 5위로 내려간 셈입니다.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추 후보자는 2016년부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를 지냈는데요. 여당 대표의 서열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 이어 6위입니다. 반면 법무부 장관은 정부조직법 상 순서로만 따져도 정부 내에서 6번째입니다. 일각에서는 5부 요인뿐 아니라 당대표, 원내대표 등을 다 합쳐 놓았을 때 법무부 장관 서열을 20위로 보고 있습니다.
이같은 국회의원들의 '다운 그레이드' 영전을 바라보는 시선은 마냥 곱지 않습니다. 삼권분립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입니다. 국회에서는 "국회가 어떻게 이 지경이 됐느냐"는 자조도 나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회의원의 입각이 두드러지는 건 청문회 통과가 비교적 쉽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만큼 인재 풀이 좁다는 얘기입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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