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 계열사 제주항공이 경영난으로 허덕이던 경쟁 저비용항공사(LCC)인 이스타항공을 인수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탈락한 뒤 이를 대신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을 찾은 셈이다.
제주항공은 18일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인수 대상은 이스타항공 보통주 497만1000주(지분 51.17%)이며 예상 인수가는 약 695억원이다. 제주항공은 26일께 실사를 시작해 연내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계획이다. MOU 체결에서 인수 완료까지 채 2주도 걸리지 않는 속전속결 거래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을 추진하게 된 이유에 대해 "항공사 간 결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내 항공업계 시장 재편 국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글로벌 항공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제주항공은 대한항공(23.2%), 아시아나항공(19.4%)에 이어 국내선 탑승객 시장점유율 14.8%(한국항공협회 여객 수 통계 기준)인 LCC 1위 업체다. 국제선 탑승객 기준으로는 대한항공(22.1%), 아시아나항공(15.1%)에 이어 9.4%를 점유하고 있다.
제주항공이 인수하기로 한 이스타항공은 2007년 전북 군산에서 설립된 LCC로 국적사 중 6위 항공사다. 올해 1~9월 기준 국내선 시장점유율은 9.5%, 국제선 점유율은 3.3% 수준이다. 양사의 시장점유율을 단순히 합하면 국내선에서는 24.3%로 아시아나항공을 넘는 2위 항공사가 되며 국제선에서는 12.7%로 아시아나항공을 추격하게 될 전망이다. 두 회사가 거느린 항공기를 합하면 총 65대로 아시아나항공(9월 말 기준 85대)와의 차이가 상당히 줄어든다.
이스타항공은 일본 홍콩 대만 등 중단거리 노선 26개를 운영해 왔다. 2016년까지는 자본잠식 상태였다가 이후 3년간 흑자로 돌아섰지만, 최근에는 다시 실적이 악화됐다. 작년 말 도입한 보잉737맥스 기종이 다른 나라에서 추락사고가 발생해 전 세계적으로 운항이 금지되고 일본 여행 자제 운동이 벌어지며 직격탄을 맞았다.
이스타항공 측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10월께부터 국내 대기업과 사모펀드(PEF) 등을 접촉하며 새 주인을 찾고 잇었다. 당시 제안한 조건은 이스타홀딩스 보유 지분 39.6%를 960억원에 사가는 것이었다. 또 대기업과 사모펀드가 1000억원씩 2000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80%를 가져가는 방법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는 매매가 성사되지 않았으며 이스타항공 측도 매각 계획을 부인했지만, 이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제주항공 측이 접촉해 오면서 거래가 성사됐다.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새 여객점유율을 확대하고 LCC 사업 모델의 운영 효율을 극대화할 것"이라며 "LCC 선두 지위를 공고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은/정영효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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