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베트남 시장 투자 확대를 위해 국민연금과 1조원 규모 펀드를 결성했다. 중국 최대 투자전문회사 힐하우스캐피털, 교직원공제회와 각각 조단위 펀드를 결성한 데 이어 올 하반기 들어 벌써 세 번째 ‘펀드 동맹’이다. SK그룹은 ‘큰손’과의 동맹을 통해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근 국민연금과 1조원 규모의 코퍼레이트파트너십(코파)펀드를 결성했다.
1조원짜리 펀드에 SK그룹과 국민연금이 5000억원씩 자금을 투입했다. SK그룹이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해 8월 설립한 SK동남아투자법인을 통해 투자가 이뤄지며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SKS프라이빗에쿼티(옛 SK증권PE)와 스톤브릿지캐피탈이 운용을 맡았다.
이번 코파펀드의 핵심 투자 대상은 베트남 기업이다. SK그룹은 베트남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베트남 최대 식음료 기업인 마산그룹 지분 9.4%를 4억7000만달러(약 54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올해 5월엔 또 다른 베트남 대기업인 빈그룹 지분 6.1%를 확보하기 위해 10억달러(약 1조1800억원)를 투자했다. 빈그룹은 베트남 마트시장 1위 빈마트와 아파트 건설회사 빈홈을 비롯해 리조트, 자동차·스마트폰 제조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국민연금과의 코파펀드 결성으로 SK그룹이 마산그룹과 빈그룹에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K그룹은 두 기업 지분을 취득하면서 △신사업 진출 시 공동 투자 △인수합병(M&A) 시 지분투자 우선권 △계열사 상장 시 지분투자 우선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코파펀드를 비롯해 SK그룹은 올 하반기에만 총 3조원이 넘는 펀드를 조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IB 관계자는 “SK그룹이 연기금 등과의 공동 펀드 조성을 통해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한편 실력이 검증된 운용사와 손잡아 전략적으로 투자 계획을 세우는 구조로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에는 교직원공제회와 손잡고 1조2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SK가 바이오·제약과 반도체 소재, 신재생에너지 등 분야에서 투자처를 발굴하면 교직원공제회가 SK와 같은 액수의 투자금을 대는 방식이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IMM인베스트먼트와는 베트남 1, 2위 민영기업인 빈그룹과 마산그룹에 1조원 이상을 공동으로 투자하기도 했다.
이달 초엔 힐하우스캐피털과 1조원 규모의 공동 투자펀드를 설립하기도 했다. 힐하우스캐피털은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와 한국 우아한 형제들, 마켓컬리 등에 투자를 단행해 주목받았다. SK그룹은 힐하우스캐피털과 그룹 내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중국 벤처기업 및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 코퍼레이트파트너십펀드
국민연금과 국내기업이 1 대 1로 자금을 조성해 해외 인수합병(M&A)에 나서는 사모펀드(PEF).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확대를 돕기 위해 국민연금이 2011년 만든 대체투자사업의 하나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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