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지만, 실제 탄핵은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탄핵 심판 바통을 이어받는 상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정인 공화당이 과반이기 때문이다.
부결 전망이 우세하지만 내년 11월 대선전을 앞두고 탄핵 국면은 대선 정국의 불확실성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진영과 정권 탈환을 목표로 한 민주당 사이에 탄핵 정국을 유리하게 끌고가기 위한 치열한 수 싸움도 점쳐진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세 번째로 하원의 탄핵을 받은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이미 정치적 내상을 입었다는 평가다.
민주당의 탄핵 추진은 우크라이나에 정적 비리 조사를 압박한 의혹에서 출발했지만, 이면엔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사이 계속된 충돌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재벌 출신의 '아웃사이더', '이단아'로 불린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월 취임 이래 민주당과 사사건건 충돌해왔다. 탄핵론은 취임 전부터 불거졌다. 2016년 대선 때 '러시아 스캔들'이 불거졌을 때부터, 민주당 소장파를 중심으로 트럼프 탄핵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러시아 스캔들은 트럼프 대선 캠프가 러시아의 선거 개입에 공모한 의혹을 의미한다.
민주당 1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탄핵의 역풍을 우려해 흐름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지난 9월 우크라이나 스캔들마저 터지자 결국 탄핵 추진으로 돌아섰다.
특히, 민주당은 탄핵안이 상원 문턱까지 통과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탄핵을 추진한 배경도 눈길을 끌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카드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탄핵소추안 가결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명을 입힌 것은 분명하지만, 대선 정국에서 어느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 지 가늠하긴 쉽지 않다.
양 진영의 지지층 결집 효과가 있다는 데는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상 찬반 여론이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뉴스가 지난 10~15일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오차범위 ±3.5%포인트)를 보면 탄핵 찬성과 반대는 각각 49%, 46%로 오차범위다.
10월 말 조사 때 찬성 49%, 반대 47%와 거의 변동이 없는 상태다. 특히, 공화당 지지층의 86%가 탄핵에 반대한 반면 민주당 지지층의 85%는 찬성해 지지 정당별로 뚜렷한 양극화를 나타냈다.
대선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무당파도 탄핵 찬성 47%, 반대 48% 등 반반으로 나뉜 상태다.
WP는 하원 청문회 등 탄핵 추진 과정은 유권자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국민 여론이 양분된 만큼, 상원의 탄핵 심판이 부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공화당이 탄핵안 부결에 따른 정치적, 여론적 부담을 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어느 대통령도 탄핵 절차 이후 재선 도전에 나선 적이 없어 트럼프 대통령에겐 더 큰 부담을 주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에겐 대선이 정당성을 입증할 기회"라고 평가했다.
변수도 존재한다. 가능성은 작지만 상원 심판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이나 증거가 속출할 경우, 국면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민주당이 '핵심 증인'으로 꼽히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4명을 새로운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제안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여론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반면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제안을 거절하는 등 상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가 될 만한 일을 부담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선 정국과 맞물려 돌아가는 상원의 심리 과정에서 어떤 쟁점이 부각되고 기간은 얼마나 걸릴지, 또 최종 결과가 어떻게 될지에 따라 탄핵 이슈의 파급력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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