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석수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팀과 김명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팀이 한국인 전립선암 환자의 유전성 전립선암 유병률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첫 대규모 연구 결과다.
서양에서 전립선암은 남성암 중에서 가장 흔한 암이다. 국내에서도 전립선암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06년 4527명이던 전립선암 환자는 2016년 1만1800명으로 10년간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전립선암의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연령 인종 가족력이 가장 중요한 위험요인이다. 환경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이전 연구에서는 전립선암 환자의 9~13% 정도가 가족 중 전립선암 환자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유전적 성향이 있다는 의미다. 한국 등 아시아권 환자에게 유전성 전립선암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변 교수팀은 2018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은 전립선암 환자 1102명을 대상으로 전립선암 가족력에 대한 가계도를 작성해 유전성 전립선암 유무를 분석했다. 그 결과 가족성 전립선암 유병률은 8.4%(93명)로 조사됐다. 할아버지, 아버지, 형제, 삼촌, 외삼촌 등이 전립선암에 걸렸을 때 본인도 전립선암 환자가 될 비율이다.
이 중 직계가족성 전립선암 유병률은 6.7%(74명)였다. 한국인도 서양인처럼 가족성 전립선암 유병률이 9~13% 정도라는 의미다.
연구팀이 국내 전립선암 환자의 특성을 분석했더니 가족성 전립선암 환자는 평균 63세에 전립선암이 발병했다. 비가족성 전립선암 환자는 평균 66세에 암이 시작됐다. 치료 결과 등은 큰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전립선암 환자에게서 유전체 변이가 발현됐는지도 비교 분석했다. 면역조직염색법을 통해 비교했더니 종양 억제 유전자 단백질로 알려진 p53 돌연변이가 가족성 전립선암 그룹에서 더 많았다. 비가족성 전립선암 환자에게 p53 돌연변이가 나타난 비율은 0.3%였지만 가족성 전립선암 환자는 1.6%였다.
p53은 암 발생을 억제하는 유전인자다. 종양 성장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p53 단백질이 변이를 일으키면 종양 억제 기능을 하지 못해 암이 생길 확률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 교수는 “한국인에게 전립선암이 발병하는 데 유전적 원인이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에 관한 연구 결과가 거의 없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한국인도 서양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전적 원인이 전립선암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립선암 가족력은 전립선암 발병의 명확한 위험인자이고 유전자 검사를 통해 전립선암 발병 고위험군을 찾을 수 있게 됐다”며 “한국인에게 맞는 발병 위험 유전자 검사의 상용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개 전립선암 검진을 권하는 연령은 50세다. 가족 중 전립선암 환자가 있으면 이보다 이른 45세부터 적극적으로 전립선암 선별검사를 해야 한다.
이번 연구는 비뇨의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전립선’ 최신호에 실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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