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연속 오른 뒤 18일 약보합세를 보였었는데, 19일은 또 다시 상승세를 재개해서 3대 지수가 0.4~0.6% 올랐습니다.
월가에서는 이런 불마켓의 밑바탕이 미 중앙은행(Fed)의 완화적 통화정책이라는 데 컨선세스가 이뤄져 있습니다. 지난 7~10월 기준금리를 세 차례 내렸던 Fed는 지난 9월 말부터 레포(환매조건부채권) 시장에서 돈을 풀고 있고, 10월부터는 채권 매입(1년 미만)을 재개했습니다. 이를 통해 벌써 3000억달러 이상을 풀었습니다.
게다가 연말 레포 시장이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뉴욕 Fed는 내년 1월20일까지 4900억달러 유동성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상황입니다.
이런 Fed의 완화 기조의 가장 큰 적은 인플레이션 입니다.
지금은 인플레가 낮아서 금리를 낮춰도 되지만, 물가가 갑자기 올라간다면 Fed는 완화 기조를 바꿔야할 수도 있습니다.
월가 일부에서는 내년에 인플레가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원인은 두가지로 요약됩니다.
①재정 지출 확대
미 행정부의 재정 지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연간 재정 적자는 1조달러를 훌쩍 넘을 태세입니다. 이는 물가 압력을 높일 수 밖에 없습니다.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은 지난 17일 "지금은 인플레 압력이 없지만 깊이 들어가면 물가는 어쩔 수 없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재정 지출이 계속 증가할 경우 인플레를 자극할 수밖에 없고, 이는 미 경제에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②글로벌 공급망 와해
지난 몇년 간 미 고용사정이 개선되고 임금도 조금씩 올랐지만 인플레가 생기지 않았던 원인으로 '세계화'를 지목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효율적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생산된 제품들이 낮은 가격에 수입되면서 미국 물가를 낮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글로벌 공급망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이는 비용 증가를 부를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에 만난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전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영향으로 인플레가 갑자기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포함된 공산품 물가는 올 1월부터 플러스로 돌아섰습니다. 그동안 서비스 물가는 매년 2.5~3% 올랐지만, 공산물 물가가 마이너스를 보여 이를 상쇄했습니다. 하지만 공산물 물가가 플러스로 돌아섰고 상승률도 조금씩 올라가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라면 임금 상승의 효과가 물가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아직 물가가 우려되는 상황은 아닙니다.
이날 만난 블랙록의 리처드 뮤랄 멀티에셋 전략가는 "인플레가 조금 상승하고는 있지만 확 올라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각국이 사용하는 CPI에는 150개 제품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중에는 유선전화료처럼 과거엔 중요했지만 지금은 중요하지 않는 아이템들이 섞여있다"며 "이런 노이즈를 제거하고 자세히 물가를 따져봐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블랙록이 이렇게 분석한 결과, 미국의 물가는 2018년초부터 올라가기 시작해 작년 말 2% 근처까지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올들어선 더 이상 높아지지 않고 2%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어떨까요. 블랙록에 따르면 유럽에선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뮤랄 전략가는 "우리의 통념은 미국에선 물가 상승 우려가 있고, 유럽은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다는 것인데 실제는 다르다"며 "미국의 물가는 안정되어 있고, 유럽의 물가가 사실 오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최근 미 국채 2년물 금리가 꾸준히 하락 안정된 게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10년물 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는데도 말이죠.
뮤랄 전략가는 올해 세계 물가가 지난해 수준으로 꾸준히 상승하겠지만 우려할 수준까지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로 취임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전임 마리오 드라기 총재보다 약간 매파적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 Fed의 제롬 파월 의장은 "인플레가 상당기간 치솟지 않는 한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여러 번 밝히고 있습니다.
뮤랄 전략가는 "지난 2년간은 미국 자산의 압승 시대였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미국에선 주식과 채권 뿐 아니라 달러까지 모든 자산이 강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유럽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Fed가 완화적 자세를 보이면서 올해는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고, 이에 따라 신흥국 증시가 선전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글로벌 경기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습니다.
뮤랄 전략가는 "각국 중앙은행의 태도를 보면 특히 달러에 있어 가격 흐름이 바뀔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게다가 그동안 무역갈등도 안전자산인 달러화 강세를 부추겼는데, 이 문제도 수면밑으로 가라앉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달러화가 하향 안정되면 신흥국 통화는 상대적으로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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