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아닌 '현상유지'가 中企들의 목표…어쩌다 이런 나라 됐나

입력 2019-12-20 17:49   수정 2019-12-21 00:06

국내 중소기업 10곳 중 8곳 이상이 내년 경영 목표로 ‘현상유지’를 꼽았다는 조사 결과가 던지는 메시지가 심각하다. 중소기업이 어려운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경영 위축’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내년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SBHI)는 올해보다 1.9포인트 하락한 81.3으로 2014년 관련 조사 이래 최저 수준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945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2020년 경기전망 및 경영환경’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 중소기업의 90.6%는 ‘현상유지’(81.3%)와 ‘사업축소’(9.3%) 가 ‘최우선 경영 목표’라고 밝혔다.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기업은 전체의 9.4%에 불과했다. 경기에 대한 비관도 심각하다. 응답 기업의 93.7%가 ‘내년 국내 경기가 올해와 비슷하거나 더 나빠질 것’으로 봤다. 중소기업의 대대적인 ‘축소경영’과 ‘부정적 경기 전망’은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친(親)중소기업’을 자처하는 현 정부로선 부끄러운 실적이다.

중소기업들이 경기가 호전되기 어려운 가장 큰 요인(복수 응답)으로 ‘기업규제 강화’(65.5%)를 꼽은 것은 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가 틈날 때마다 “혁신경제 주역인 중소기업 관련 애로와 규제를 과감히 풀겠다”고 했지만, 실상은 그 반대임을 보여준다. 정부가 소재·부품 기업 지원,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80곳 육성, 연구개발(R&D)비 증액 등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는 게 무슨 소용인지 묻게 한다. 중기중앙회가 “경기 부진 속에 중소기업인들이 규제 강화 등 정부 정책에 실망하고 미래를 더 어렵게 전망했다”고 평가한 대목을 정부는 새겨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중소·벤처기업 중심으로 경제정책 패러다임을 바꾸고 혁신성장을 이루겠다”고 선언했지만 지금까지 어떤 가시적 성과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되레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저임금 급속 인상,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 지나치게 엄격한 산업안전·화학물 관리 기준 적용 등 중소기업 경영을 옥죄고 기(氣)를 꺾는 정책들을 남발하고 있다.

지원책이라고 내놓는 대책도 견실한 성장을 돕기보다는 한계가 뻔한 보조금 살포에 의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중소기업을 혁신주도 산업성장을 이끌어 낼 주역으로 만들겠다”는 거창한 구호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중소기업은 온갖 규제에 갇혀 오히려 생존의 기로에 처해 있다.

국내 전체 기업 수의 99%와 전체 고용의 83%(2019 중소기업 기본통계)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경제의 뿌리이자 고용의 산실이다. 중소기업의 위기가 대한민국의 위기로 직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 산업 경쟁력의 원천인 기업가 정신을 되살리지 않고는 ‘중소기업 중심 경제’ 전환도 혁신성장도 정치구호에 그칠 뿐이다. 진정한 ‘친중소기업 정부’라면 중소기업들이 마음껏 기업할 수 있는 여건부터 조성해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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