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車 차세대 전기차, SK 배터리로 달린다

입력 2019-12-20 17:49   수정 2019-12-21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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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현대·기아자동차의 차세대 프리미엄 전기자동차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내년 말부터 5년간 전기차 50만 대분 배터리를 납품하기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SK이노베이션이 수주한 물량이 10조원가량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 자동차 및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이르면 내년 말부터 자사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에서 생산할 모델에 장착할 배터리 공급회사로 SK이노베이션을 확정했다. 현대·기아차가 시행한 입찰에 11개사가 참여했지만, SK이노베이션이 단독으로 공급 계약을 따냈다.

SK이노베이션이 공급하는 배터리는 현대·기아차의 프리미엄 전기차에 들어간다. 현대·기아차는 아이오닉, 코나 전기차에는 LG화학 배터리를 주로 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품질과 가격 면에서 경쟁사들보다 뛰어나 수주에 성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이 현대·기아자동차의 프리미엄급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수주하면서 시장 점유율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량은 3년 전인 2016년 30GWh였다. 올해 3월엔 430GWh로 14배 급증했다. 이번에 수주한 물량은 100GWh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의 점유율도 급격히 높아지게 됐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판매된 전기차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은 1.9%로 9위였다. 시장 점유율 자체는 높지 않지만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 LG화학, 중국 BYD 등 1~4위 업체의 점유율이 72.4%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5위권부터는 점유율 차이가 크지 않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수주를 계기로 ‘빅5’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차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초기 반도체 시장처럼 ‘치킨게임’ 양상이 짙다”며 “SK이노베이션이 수주 물량을 기반으로 살아남아 시장을 장악하는 소수 배터리 회사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이 이번에 수주한 배터리는 현대·기아차의 새 전기차 플랫폼에서 생산되는 프리미엄 전기차에 장착된다. 배터리업체의 한 관계자는 “수주 규모도 크지만, 프리미엄 전기차에 장착되는 배터리를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SK이노베이션으로선 기술력을 높일 기회”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과 현대·기아차는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 별도로 조인트벤처를 설립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중국 등에 자체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에선 충남 서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헝가리 코마롬(1·2공장)과 중국 창저우, 미국 조지아 등지에 공장을 짓고 있다. 여기에 추가되는 중국 2공장의 생산능력은 최대 연 20GWh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산 공장(연 4.7GWh)의 4배다.

현대·기아차로서는 LG화학 위주이던 전기차 배터리 조달처를 다변화할 수 있게 됐다. 현대·기아차는 친환경차 시대에 대비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E-GMP 개발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김재후/장창민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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