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투숙객 덮친 광주모텔 방화

입력 2019-12-22 17:25   수정 2019-12-23 02:18

광주광역시의 한 모텔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두 명이 사망하는 등 사상자 33명이 발생했다. 경찰은 현주건조물 방화치사상 혐의로 김모씨(39)를 긴급체포해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22일 광주 북부경찰·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45분께 북구 두암동 S모텔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22분 만에 진화했다. 이 불로 투숙객 두 명이 숨지고, 다른 한 명은 심정지 상태에서 응급 치료를 받고 있다. 8명은 중상, 22명은 경상으로 파악됐다.

모텔에는 50여 명의 투숙객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불이 나자 20여 명은 대피했지만 30여 명은 4~5층에 갇혀 있다가 소방구조대가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최초 발화 지점을 3층의 한 객실로 추정했다. 유독가스가 3층에서 4~5층으로 확산되면서 사상자가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비교적 초기에 진화했지만 부상자 중에는 연기를 마시거나 대피 과정에서 추락한 투숙객이 있어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불이 난 객실이 침대 뼈대만 남을 정도로 전부 불탄 점 등을 들어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투숙객 행방을 쫓던 중 병원에서 치료 중인 김씨를 검거했다.

조사 결과 홀로 모텔에 묵은 김씨는 베개에 라이터를 이용해 불을 붙인 뒤 화장지를 올리고, 이불 등으로 덮고 밖으로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불을 지른 뒤 객실에 두고 온 짐을 챙기기 위해 다시 돌아와 방문을 열자 갑자기 불길이 크게 번졌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신변을 비관해 불을 질렀다”고 진술한 김씨가 불을 붙인 뒤 그대로 달아난 점에 주목해 이른바 ‘묻지마 방화’ 가능성도 열어 놓고 수사하고 있다.

광주=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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