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이번엔 러시아 가스관 놓고 충돌

입력 2019-12-22 15:55   수정 2019-12-23 01:17

미국이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두 번째 가스관인 노르트 스트림2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을 제재하기로 하자 러시아는 물론 독일과 유럽연합(EU)이 발끈했다.

독일 정부는 2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독일은 이런 제재를 거부한다”며 “이는 독일과 유럽 기업들에 영향을 주며 우리의 내정에 대한 간섭”이라고 반발했다. EU 집행위원회도 “합법적인 사업을 하는 EU 기업에 대한 어떤 제재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노르트 스트림2에 참여하는 기업을 제재하는 방안이 담긴 2020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서명했다. 노르트 스트림2는 러시아 우스트-루가에서 발트해를 거쳐 독일 그라이프스발트까지 러시아 가스를 직접 공급하는 가스관이다. 당초 2019년 완공 예정이었지만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국방수권법안엔 러시아와 터키를 잇는 가스관(투르크 스트림)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을 제재하는 방안도 들어 있다.

미국이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스관에 반대하는 건 에너지를 통한 러시아의 유럽 내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영국 BBC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는 유럽 가스 공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노르트 스트림2가 가동되면 이 비중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면전에서 러시아 가스관을 거론하며 “독일이 러시아의 포로가 됐다”고 비난했다.

미국의 러시아 가스관 반대 배경엔 유럽에 미국 가스 판매를 늘리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미국은 셰일혁명으로 가스 생산이 늘면서 해외 가스 수요처를 확보할 필요성이 커졌다.

반면 독일은 경제적 이익 등을 고려해 러시아 가스관을 지지해왔다. 당초 EU 내에선 노르트 스트림2 건설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건설을 막는 대신 유럽의 통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현재 이 사업엔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즈프롬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 NATO 회원국 기업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의 제재에도 노르트 스트림2와 투르크 스트림 건설을 강행할 방침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미국이 자국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유럽에 강요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반면 스위스·독일 합작기업인 올시즈는 미국의 제재를 우려해 파이프 건설 작업을 일단 중단했다고 BBC는 전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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