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보건복지부는 제2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MRI 검사 혜택을 줄이는 내용의 건강보험 보장 수준 조정 방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작년 10월 환자가 대부분의 비용을 부담하던 뇌·뇌혈관 MRI 검사비를 40~70% 줄이는 방안을 시행했다. 이로 인해 건보 재정 지출이 연간 1642억원 늘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머리가 조금만 아파도 MRI를 촬영하려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관련 지출액은 2730억~2800억원으로 치솟았다. 문 케어로 과잉 의료가 늘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허술한 제도 운영도 문제로 거론된다. 복지부는 작년 10월 이 제도를 시행할 때 “신경 검사 결과 이상 소견이 없는 경우는 혜택을 주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신경 검사 결과와 상관 없이 본인이 희망하면 뇌 MRI를 찍을 수 있었다. 정부는 이에 MRI 관련 고시에 ‘신경 검사 결과 이상 소견이 있는 경우만 검사비를 40~70% 지원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단순 두통·어지럼 증상의 경우 건보 지원을 검사비의 20%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일반병원 기준 뇌 MRI 검사비가 11만원에서 22만원으로 오른다. 뇌 질환 의심 진단을 받으면 지금처럼 11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정부는 제도 개선으로 연간 400억원 정도 건보 지출을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MRI 검사비 적정화 방안은 의료계 등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3월부터 실시될 예정이다.
정부는 ‘노인외래정액제’ 혜택도 축소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 제도는 65세 이상 노인이 동네 의원을 이용할 때 진료비가 1만5000원 이상이면 30%만 본인이 부담하게 하는 제도다. 지난해 1월부터 진료비 1만5000원~2만5000원에 대한 본인부담률은 10~20%로 더 낮아졌다. 이후 노인들의 외래 진료가 급증하면서 정부 예상보다 1.6배 많은 건보 지출이 생겼다.
정부가 뒤늦게 문 케어 일부를 손 보기로 했지만 전반적인 속도 조절 없이는 재정 악화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건강보험 재정은 지난해 8년만에 처음 적자(1788억원)를 기록했다. 올해는 적자 규모가 3조2000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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