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은 새로운 길을 선택하고 스스로 시한을 올해 말로 정했다. 새로운 길이란 “경제 제재가 완화·해제되지 않으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 같은 도발을 하겠다”는 ‘협박의 길’이다. 여기서 ‘연말 시한’은 제재로 버틸 수 있는 한계점이 연말이라는 고백이나 마찬가지다.
대북 경제 제재로 인해 북한 경제가 나락으로 추락하는 지표들이 확인되고 있다. 북한 경제 추락의 근원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270호(2016년 3월 2일)다. 이전 제재의 초점이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차단에 맞춰졌다면, 이후에는 경제 제재 일반으로 전환됐다. 그리고 2017년 세 차례 제재 조치는 회원국에 ‘강제성 의무’를 부과해 제재의 실효성을 높였다. 이들 제재 조치는 북한 노동자의 외화벌이가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한다는 사실을 인식해 북한 노동자의 2년 내(올 12월 22일까지) 송환을 의무화했다.
이 같은 포괄적 경제 제재 조치로 인해 북한의 ‘달러 기근’은 현실화됐다. 2018년 수출은 전년보다 86.3%(17억7000만달러→2억4000만달러) 줄었고, 무역수지 적자폭은 17.5%(20억600만달러→23억5800만달러) 확대됐다. 북한을 곤혹스럽게 한 것은 경제 제재가 완화는커녕 더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일명 ‘오토 웜비어법’이 담긴 국방수권법에 서명했다. 오토 웜비어법은 북한과의 불법 금융거래를 돕는 해외 금융회사에 ‘제3자 금융 제재’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런 대북 제재망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북한의 달러 기근은 더 심화될 게 틀림없다.
달러 기근에 초조해진 김정은은 지난 2일 ‘백두산 정신’을 내세우며 도발로 양보를 얻어내려는 ‘벼랑 끝 대결’을 선택했다. 북한 외무성이 ‘크리스마스 선물’이란 표현으로 긴장 수위를 높이더니,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두 차례 ‘백두산 엔진’ 연소 시험을 한 다음, 22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논의했다고 공개했다. 결국 김정은은 곧 열릴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의 시기와 방법을 결정할 것이다. 예상할 수 있는 도발은 핵실험, 인공위성 발사를 가장한 ICBM 시험발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새로운 길을 선택한다는 것은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건넌다는 의미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국제사회의 더 강력한 제재를 촉발해 ‘제2의 고난의 행군’ 가능성이 높아지고, 결국은 체제 붕괴로 이어질 것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 북한 스스로 셈법을 바꿔 핵 폐기를 약속하고 이행해야 한다. 물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구조적 허점이 생기면 모든 게 허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더 촘촘한 국제 공조의 대북 제재망 구축이 필수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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