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케어 부작용' 인정한 용기를 다른 정책들에도 발휘해 보라

입력 2019-12-24 17:54   수정 2019-12-25 00:05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어떤 정책이든 역효과가 명백하다면 신속히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더 큰 세금 낭비와 비효율을 막고, 궁극적으로 국민 삶도 개선할 수 있다. 당장의 비난이 두려워 잘못을 고치는 데 주저한다면 ‘책임 있는 정부’라고 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그제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의 부작용을 인정하고, 보장성 축소 대책을 내놓은 것은 늦었지만 환영할 만하다. 애초에 문재인 케어는 과잉의료를 초래할 것이란 지적을 받았다. 이대로 가면 2021년 건보 기금이 바닥나고 2022년 누적 적자가 11조원대에 이를 것이란 추정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내년 직장인 건보료가 월평균 3653원, 지역가입자는 2800원 오른다. 정부가 재정 누수를 막지 못한다면 건보료 인상 명분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일부 보완에 그치지 말고, 과잉의료 요인을 과감히 고쳐야 할 것이다.

정부가 바로잡을 용기를 내야 할 대상은 이뿐만이 아니다. 탈(脫)원전, 부동산 대책, 교육정책, 주 52시간 근로제 등 획일적·강압적 정책들마다 현장에서 파열음이 나고 있다. 문제의 근본 원인을 보지 못한 채 대증요법에만 치중하고, 정부가 시장과 싸우려고 할수록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는 악순환이다.

‘정책’을 넘어 ‘도그마’가 돼 버린 탈원전부터 그렇다. 원전 기술·인력이 빠져나가고 관련 산업생태계가 붕괴되는 판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어제 월성 1호기의 영구 폐쇄를 결정해 또다시 치명타를 날렸다. 환경을 강조하는 유럽에서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원전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마당에, 한국만 탈원전을 고수하고 온실가스·미세먼지까지 잡겠다는 모순된 정책을 고집한다. 해외에선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기술을 가진 한국에서 탈원전은 ‘21세기 미스터리’”라고 의아해 한다.

정부가 18차례나 내놓은 부동산 대책도 철저히 검증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수요·공급의 기본원리를 외면하고 시장규제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서울 강남 집값은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12·16 대책’이 나온 지 열흘도 못 돼 전셋값이 뛰고, 비규제 지역의 집값과 아파트 청약률이 급등하는 판이다. 새집, 더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은 실수요를 무시하고, ‘현금 부자’에게만 유리한 규제 일변도로는 백약이 무효다. 부동산을 놓고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자세를 지양해야 한다.

이외에도 말뿐인 혁신성장과 규제완화, 친노조로 확 기울어진 정책기조 등이 민간의 경제 활력과 사기를 꺾고 있다. 직업과 노동 형태가 갈수록 다양해지는데 획일적 주 52시간 근로제로 인해 현장에서 어떤 부작용을 낳고 있는지는 긴 설명이 필요 없다. 국민 대다수가 올초 가장 큰 문제로 ‘경제’를 꼽았지만 새해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경제는 이념이 아니라 ‘실용’의 영역이고, 구호가 아니라 ‘성과’로 입증해야 한다. 4년차를 맞는 만큼 정부는 정책 전반을 재점검하고, 잘못된 것을 과감히 바로잡는 용기를 발휘할 때다. 이제는 시간도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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