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모텔 방화사건으로 3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부상자 중 일부가 소방당국이 지시한 대피지침을 적극적으로 지켜 생존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모텔 방화사건에서 상당수의 생존자들은 '물에 젖은 수건으로 호흡기를 가리라는 지시'를 따라 무사히 구조됐다.
사건이 발생한 22일 오전 5시45분께 방화로 인해 모텔 3층까지 불이 붙자 이 층에 있던 여성 투숙객은 화재 연기를 보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 객실 문을 열며 119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연기가 방 문 안으로 덮치듯 밀려들어 왔고 이 투숙객은 "연기가 들어와요"라고 소방대원에게 외쳤다. 이에 119 상황실 직원은 "곧장 문을 닫으라"고 말했고, 투숙객은 바로 문을 닫았다.
이어 119 직원은 "수건에 물을 묻혀 바닥에 엎드려 구조를 기다리라"고 지시했고 이 투숙객은 젖은 수건을 입에 대고 바닥에 엎드려 있다가 구조됐다.
다른 객실에 투숙하고 있던 남성 투숙객 역시 젖은 수건의 도움으로 별다른 생명에 지장 없이 구조됐다.
연기가 가득 차자 이 투숙객은 군 복무 시절 화재 발생 시 대피 요령을 떠올려 젖은 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객실 내부에서 구조를 기다렸다. 강한 연기와 뜨거운 내부온도 탓에 투숙객은 기절했지만 무사히 119 대원들에 의해 구조됐고,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 외에도 생존자의 상당수가 화재 발생시 이같은 대피 요령에 따라 대응했다.
반면 소방당국의 지침처럼 작동하지 않은 모텔의 방화문은 인명피해를 크게 키웠다. 33명 중 상당수 사상자의 인명피해 원인이 직접적인 화재 피해가 아니라 대부분 연기흡입 때문이었다.
사고 당시 모텔 가운데 전체 층을 관통하는 계단이 굴뚝처럼 연기의 통로가 된 상황에서 각 층 방화문이 열려 있었다. 열려있던 방화문 때문에 연기가 급속도로 확산됐다.
소방 조사 결과 모텔의 3층과 4층의 방화문의 자동 닫힘 장치(도어체크)가 탈락해 있어, 화재 당시 방화문이 자동으로 닫히지 않고 열려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화재 원인 조사와 함께 모텔 측이 고의로 도어 체크를 탈락시켰는지 등 소방시설 관리에 문제 있었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다"고 전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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