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집안싸움…조현아 반대한 강성부펀드의 딜레마

입력 2019-12-24 17:53   수정 2019-12-25 01:26

한진그룹에서 남매간 경영권 분쟁 소지가 불거지면서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17.29%를 소유한 KCGI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동생 조원태 회장의 경영 체제에 반기를 들면서 “다른 모든 주주와 대화하겠다”고 밝혀 KCGI와 손잡을 수 있음을 내비쳤다.

24일 복수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KCGI는 조 전 부사장과의 만남이나 연대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KCGI는 남매간 싸움에 휘말리는 데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며 “조 전 부사장의 제안에 단기간 내 긍정적으로 화답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조 전 부사장과 KCGI가 손잡을 명분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KCGI가 그동안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를 꾸준히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고(故) 조양호 회장의 막내딸 조현민 전무가 복귀할 땐 “그룹에 치명타를 입히고도 책임지기는커녕 거액의 보수를 수령한 조 전무를 굳이 선임한 배경이 의아할 따름”이라고 비난했다.

조 전 부사장은 경영 복귀 희망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전날 법률대리인을 통해 “한진그룹이 가족 간 화합해 경영해나가야 한다는 선대 회장의 유훈과 달리 운영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화 가능성은 열려 있어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회사를 발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면 KCGI도 협력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 금융투자업체 대표는 “투자 대상 회사의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일이라면 KCGI가 조 전 부사장과 대척점에 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의 한진칼 지분은 6.49%로 동생 조원태 회장(6.52%), 조현민 전무(6.47%)와 비슷하다. 조 전 부사장이 KCGI와 손잡으면 지분율이 23.78%까지 올라간다. 경영권을 흔들 수 있는 수준이다. 표 대결이 예상되는 주주총회는 내년 3월 열린다.

대한항공 노동조합은 이날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냈다. 노조는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으로 대한항공을 나락으로 추락시킨 장본인”이라며 “최근엔 밀수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상태로 자숙해야 함에도 본인의 밥그릇만을 챙기기 위해 경영권 분쟁을 야기하는 것은 사회적인 공분만을 더욱 가중시킨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어 “조 전 부사장은 경영 복귀의 야욕을 드러내지 말고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며 “노조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해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 반대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태호/이선아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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