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무주택자가 정부 부동산 규제의 최대 피해자가 되고 있다. 서울 강남에 이어 앞으로 공급될 강북 주요 단지까지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확대에 포함되면서다. 전문가들은 “강남에 이어 강북의 새 아파트 진입장벽도 이전보다 높아질 것”이라며 “30대는 특별공급 청약과 역세권 기존 아파트 구매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남 70점, 강북 60점은 돼야
24일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서울에서 상한제 적용 대상에 새롭게 포함된 주택은 1만9000여 가구에 달한다. 강북에서는 성북구 장위4·10구역과 은평구 수색6·7·13구역 등 분양가 9억원 아래인 주요 재개발 지역이 새롭게 들어갔다. 이 지역은 상한제 시행 전인 내년 4월 이전에 분양할 예정이었지만, 서울시와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에 시일이 걸려 상한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해 분양한 수색9구역 DMC SK뷰 전용 84㎡ 분양가가 7억~7억2000만원이었는데 상한제 대상에 포함되면 이 가격이 6억원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시세보다 3억~4억원 이상 저렴한 가격에 나와 청약 가점이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상한제 기대에 서울 전 지역의 청약 가점이 치솟고 있다. 지난 3개월간 서울의 주요 아파트 당첨 가점은 60~70점대를 기록했다. 강북의 당첨 최저 가점도 50점 이상으로 치솟았다.
지난 19일 분양한 신길동 더샵파크프레스티지의 평균 당첨 가점은 68.4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8일 청약을 받은 남가좌동 DMC금호리첸시아의 평균 당첨 가점도 63.5점을 기록해 60점을 넘겼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강북 비인기 단지라도 앞으로 공급이 부족해 내 집을 마련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예비 청약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부양가족과 무주택 기간이 부족해 청약가점이 상대적으로 낮은 30대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자녀 한 명을 포함해 부양가족이 두 명인 30대가 도달할 수 있는 최대 청약 가점은 52점이기 때문이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이나 신혼희망타운 등을 통한 청약도 쉽지 않다. 주변 시세보다 4억원 이상 저렴해 ‘로또 청약’ 기대를 모은 강남구 수서역세권 신혼희망타운 평균 경쟁률은 61 대 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 “30대, 우회로 찾아야”
가점대별로 청약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20~30대에서 청약 소외감을 많이 호소하는 데 비해 60점대 후반의 청약 통장을 가진 예비 청약자들은 강북과 강남 중 어디를 쓸지 고민하는 등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가점이 30~40점대인 사회 초년생들은 청약 대신 서울 역세권 기존 아파트를 노리는 게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은진 부동산114 팀장은 “강북은 지금도 50점을 넘어야 당첨권인데 내년에는 가점이 60점은 돼야 청약을 넣어볼 수 있다”며 “청약 가점이 낮으면 기존 역세권 단지를 노리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 당첨 시 10년간 재당첨을 제한하는 등 정책에 변동이 커 ‘틈새전략’을 잘 짜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40~50점대 청약자는 입지가 다소 떨어지는 단지의 비선호 주택형을 선택해 성공률을 높이는 전략을 짜야 한다”며 “재당첨 10년 제한 등 규제 강화로 통장을 신중하게 사용해 오히려 낮은 가점대도 당첨되는 허점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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