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올리기는 산업현장의 오랜 과제다. 최근 ‘안전’이 과할 정도로 강조되고 있지만, 경제발전의 요체는 생산성 제고다. 생산성의 평가·비교 방식도 다양하다. 자동차 산업의 ‘HPV(조립생산성)’도 그런 지표다. 한 대 조립에 필요한 노동시간으로, 낮을수록 생산성이 높다. 현대자동차 26.8, 도요타 24.1, GM 23.4 … 이런 식이다. ‘작업연구’를 넘어 인간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생산 환경을 개선하려는 연구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생산성 향상과 안전성 제고라는 두 토끼를 잡기 위한 노력이다. 그래도 컨베이어벨트 앞 작업자들의 ‘더 나은 작업 환경’ 요구에는 끝이 없다. 포드시스템이 도입된 이래 계속된 산업계 숙제요, 노사 간 다툼거리다. ‘사람 중시 자동화’라는 ‘도요타방식’처럼 변형된 자동화도 그렇게 나왔다. 어떻든 도요타방식은 1980년대 일본 제조업의 세계 석권에 기여했다.
공장 내 와이파이 개방 여부로 비롯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노사 갈등은 한국의 간판급 공장의 한계와 취약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휴대폰이나 태블릿PC로 동영상을 보며 차량을 조립했다는 사실에 놀란 소비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 국내 차업계의 생산성이 낮은 이유가 멀리 있지 않았다. 막대한 예산 투입에 과도한 규제법까지 만들어도 산업재해율이 확 떨어지지 않는 것도 이런 풍토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현대차는 국내시장만 보는 기업이 아니다. 세계의 자동차 기업들은 대부분 생산라인에 들어설 때 휴대폰 소지조차 금지한다. 해외 소비자가 어떻게 볼지도 생각해야 한다. 회사가 와이파이는 끊었지만 개인데이터를 쓰면 작업 중 동영상 즐기기는 계속 가능하다. 그런데도 와이파이를 끊네 마네로 노조가 한때 특근 거부 결정까지 했으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
국내 완성차업계 노사는 ‘10년 만에 연 생산 400만 대 붕괴’라는 현실을 무섭게 받아들여야 한다. 신기술 경쟁에 수요 감소로 차산업은 글로벌 구조변혁기에 들어서 있다. 와이파이 투쟁하다 도끼자루 다 썩게 될지, 노조에 위기감은 있나.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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