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hankyung.com/photo/201912/AA.21279739.1.jpg)
기업인의 역할은 무엇일까.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경영자는 제품 개발에서 생산 판매 자금관리 인력확보 해외시장 개척 등에 이르기까지 1인 10역을 할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을 꼽으라면 시장 흐름을 정확히 읽고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것이다.
나노(회장 신동우·59)의 주요 제품은 탈질촉매다. 미세먼지 주범 중 하나인 질소산화물(NOx)을 제거하는 소재다. 하지만 똑같은 제품을 동일 고객에게 파는 게 아니다. 올해로 창업 20주년을 맞은 이 회사의 초창기 주고객은 발전소였다. 그 뒤로 선박과 산업용이 주요 소비처로 떠오르고 있다. 고객의 변화는 제품의 변화를 의미한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1912/AA.21293368.1.jpg)
신 회장은 “석탄화력의 경우 석탄에 포함된 돌덩어리에 의해 필터가 파손되는 문제가 있다”며 “이를 고려해 충격에 잘 견디고 잘 막히지 않으며 기류가 쉽게 통과될 수 있도록 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LNG 배기가스는 필터가 충격을 받을 일이 없고 막힐 염려도 없다. 따라서 촘촘한 구조와 가벼운 소재를 쓸 수 있다. 이런 LNG 발전 수요에 대비해 정부 지원 연구과제로 LNG 발전용 탈질촉매를 개발했다. 지난 1년간 양산설비 전 단계의 생산 검증을 완료했다. 이 과정에서 세 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이 회사는 경북 상주 공장 안에 내년 3월 준공을 목표로 LNG 발전용 탈질촉매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신 회장은 “이 제품이 본격 공급되는 내년 상반기부터는 기존 탈질촉매보다 저렴한 가격에, 절반 무게로 공급할 수 있다”며 “LNG 발전사는 탈질설비 설치 및 운영 비용을 현저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노는 촉매에 이어 탈질설비 사업에도 나섰다. 경기 남양주 별내신도시에 있는 별내에너지에서 운영 중인 130㎿급 열병합발전소의 LNG 복합화력 탈질설비의 턴키제작에 응찰해 지난달 계약을 맺었다. 그동안 이 회사는 신규 탈질설비의 경우 설비 제작사에 촉매필터를 공급하거나 발전사 등 고객사에 필터를 공급했다. 별내에너지는 탈질촉매를 포함한 탈질설비를 턴키 공급하게 된다. 나노로서는 첫 번째 사례다.
나노는 플랜트 소각로 선박 산업용 보일러 등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에 촉매 필터 공급전략을 세우고 있다. 신 회장은 “발전사 수요 감소와 타 산업 분야 수요 증가로 발전사 납품 비중이 줄었다”며 “반면 해양 대기오염 규제 시행으로 지난 2년간 선박용 디젤엔진 시장이 확대됐고 올해부터 제철사 소각로 산업용 수요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젤 화물차 시장도 겨냥하고 있다. 신 회장은 “전기차 시장이 확대돼도 출력과 차량 가격 등의 이유로 중장비 및 대형 트럭의 디젤엔진 사용은 불가피하다”며 “다만 대기 오염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여서 디젤트럭의 촉매 필터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기업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고객의 변화, 시장의 변화를 빨리 읽고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일”이라며 “이를 감안한 연구개발을 통해 꾸준히 미래 먹거리 개발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