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를 발표했지만, 미국발 무역전쟁은 계속되리란 관측이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개인별장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그것(미중 무역전쟁)을 끝내길 원한다. 더 빨리 협정을 체결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1단계 무역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대(對)중국 고율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한 지 21개월 만에 도출된 성과물이다.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등 상품과 서비스를 추가로 대거 구매하는 대신 미국은 중국에 부과키로 했던 관세를 유예하고, 기존 관세도 일부 인하하는 내용을 담았다.
합의문이 도출되면서 지난 2년간 글로벌 경제를 뒤흔든 미·중 무역전쟁이 '휴지기'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쉽게 마무리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도 "협상은 끝났다"며 "지금은 (최종 협정문을) 번역 중"라면서도 1단계 미중 무역합의 공식 서명식의 정확한 시점이나 장소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미중 합의와 관련해 내년 재선 행보를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제시할 그럴듯한 성과물이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과 당장의 급격한 경기둔화에 대응해야 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치적 합의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온다.
브래드 셋서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영국 가디언지에 "제한된 합의는 전반적 합의의 불가능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미·중은 1단계가 그들이 할 수 있는 전부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이 농산물 구매를 약속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다시 관세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5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25% 관세율을 유지한 것과 관련, "향후 2단계 협상에서 쓰겠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화웨이 등 중국 통신장비업체 등과 관련된 지식재산권 이슈 등의 핵심 쟁점들은 2단계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역시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민감한 문제인 만큼 쉽게 합의점을 도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을 대상으로 전방위적 무역 압박을 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대체할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타결에 마침표를 찍고, 미·중 무역전쟁에 잠시 쉼표를 찍은 것은 새해 유럽연합(EU) 등에 화력을 집중하겠다는 포석으로도 읽힌다. 새해 글로벌 경제도 트럼프발(發) 무역전쟁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당장은 EU가 타깃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미국과 유럽에는 수년간, 수십 년간 (무역) 불균형이 있었고 우리는 지금 그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유럽산 와인·위스키·치즈와 에어버스 항공기에 10∼25% 관세를 매겼다.
여기에 대항해 유럽은 미국의 글로벌 IT 기업들을 겨냥해 디지털세 도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서양 무역전쟁'이 발발한 것.
프랑스가 선봉에 서서 디지털세 도입을 예고하면서, 미국은 프랑스산 와인에 보복 관세를 검토하고 있다.
더불어 자동차 관세 역시 논의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일본, EU, 한국 등 외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폭스바겐, BMW 등 유럽계 업체들이 대부분 사정권에 들어간다.
자동자 관세는 당초 미국은 지난 5월 17일 결정을 내릴 계획이었지만,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 명의의 포고문을 통해 해당 결정을 180일 연기했다. 180일 시한은 지난달 13일로 만료됐지만, 현재까지 부과 여부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
EU 시민들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도 커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유고프는 지난 16~18일 독일 시민 2024명을 대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주석,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등 5개국 정상 중에 '누가 더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가'라고 물었고, 응답자 41%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평화를 가장 위협한다고 답했다.
김정은 위원장 17%, 푸틴 대통령과 하메니이 최고 지도자가 각각 8%, 시 주석이 7%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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