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경영 이론과 실무 접점 찾은 '히든 챔피언' 창시자

입력 2019-12-26 13:41   수정 2019-12-27 00:58

‘유럽의 피터 드러커’ ‘히든 챔피언의 창시자’. 컨설팅업체인 지몬-쿠허앤드파트너스의 공동 창립자인 헤르만 지몬에게 붙는 수식어다. 1985년 설립돼 세계 25개국에 39개 지사를 둔 회사보다 그의 이름이 더 유명하다. 그의 창조적인 이론과 탁월한 실행력이 어우러져서다.

《헤르만 지몬》은 지난해 독일에서 출간된 그의 자서전이다. 1947년 독일 북부 산골마을 아이펠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자의 어린 시절부터 대학에서의 공부와 경영 전략, 특히 가격 결정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평가받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독일 빌레펠트대 교수를 지냈고 미국 스탠퍼드대 하버드대, 프랑스 인시아드 강단에도 섰지만 그는 학문을 연구하면서도 늘 실무 세계와의 접촉을 중시했다. 1991년 히든 챔피언이란 개념을 탄생시킨 계기이기도 하다. 히든 챔피언은 전문 분야에서 특화된 경쟁력으로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우량 강소기업을 의미한다. 그런 기업들의 원칙과 성공 사례를 담아 그가 쓴 《히든 챔피언》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책은 단순히 저자의 인생 경로에만 집중하진 않는다. 위대한 경영사상가들의 통찰이 그의 여정 곳곳에 스며 있다. 20세기 최고 경제경영서로 평가받는 《초우량 기업의 조건》의 저자 톰 피터스와 로버트 워터맨, 《혁신기업의 딜레마》에서 ‘파괴적 혁신’이란 단어를 처음 쓴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마케팅 상상력》을 쓴 테오도르 레빗도 만날 수 있다. 자신을 ‘경영 사상가’가 아니라 ‘역사 저술가’로 생각한다고 한 피터 드러커와의 만남, 무작정 찾아간 노스웨스턴대에서 기꺼이 마주 앉아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준 필립 코틀러와의 에피소드에서 대가들의 색다른 면모를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국어판엔 ‘한국, 나의 한국’이란 장을 새롭게 추가했다. 한국 경제와 기업, 관료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과 한반도 통일에 대한 전망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한국의 중소기업, 히든 챔피언과 관련해 그가 던진 질문은 여운을 남긴다. “성공한 기업가는 고용된 관리자보다 돈을 더 많이 번다. 이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할 모델을 이용하는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수시로 젊은 기업가들을 만나 이들의 진취적 기상이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한국 사회에 이런 강력한 신호를 보내주는 진취적인 사람이 있는가.”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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