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제네시스 vs 제네시스…GV80-G80 충돌 '위기'

입력 2019-12-26 10:21   수정 2019-12-2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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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브랜드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 출시가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내년 1분기 나올 신형 세단 G80과 내부 판매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제네시스 브랜드 대표차량인 G80과 첫 SUV GV80간 자기시장 잠식에 빠질 것이란 뜻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제네시스 첫 SUV GV80 출시일정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현대차는 올해 3분기 경영실적 발표까지도 연내 GV80을 선보이겠다고 말했지만, 지난 11월 28일로 예정됐던 GV80 공식 출시행사를 취소한 후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중간에 12월 공개설도 제기됐지만 현재는 물리적으로 남은 시간이 충분치 않아 내년 출시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GV80 출시가 늦어진 이유로는 소음 및 배출가스 인증 지연이 꼽힌다. 기존 인증은 제작사가 실험한 결과를 환경부에 보고하는 식으로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환경부가 디젤 차량 배출가스 등을 실제 환경에서 직접 측정하면서 시간이 더 걸렸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또 11월 출시가 불가능해지면서 12월 출시도 논의됐지만, 개정소비세 인하 일몰과 맞물리며 내년으로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GV80 출시가 늦어지며 일찌감치 준비됐던 홍보 행사도 G90과 G70에게 돌아간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을 맞아 준비됐던 ‘제네시스 크리스마스 빌리지’ 행사가 대표적이다. 제네시스 브랜드에 관심있는 누구나 신청해 참여한 이 행사에는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와 대형 선물상자가 구비됐는데, 상자 속 주인공이 GV80에서 G90으로 변경됐다는 것. 서울 여의도 IFC몰 등에서 연말까지 이뤄지는 G90과 G70 전시 행사도 당초 GV80을 위해 준비됐다는 관측이다.


GV80이 내년 초 출시된다면 공개와 더불어 다양한 홍보·판촉 행사를 해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충분한 신차효과를 거두려면 출시 후 3개월은 GV80을 위한 무대가 꾸준히 만들어져야 하는데, 1분기 출시가 예정된 신형 G80과 시기가 겹친다. 야심차게 준비한 신차를 출시하고 제대로 마무리도 못 하는 상태에서 새로운 차량을 연달아 선보이는 모양새가 된다.

G80 출시를 연기하기도 쉽지는 않다. 당초 지난 9월 출시 예정이었던 것을 GV80 판촉을 위해 2020년 1분기로 연기했던 탓이다. G80은 전체 제네시스 브랜드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차종이고 신형 G80은 7년 만에 선보이는 3세대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이다. 브랜드를 책임지는 모델 출시를 반년 넘도록 연거푸 미루기엔 부담이 크다.

중간 과정이 늦어진 GV80과 달리 G80 준비는 순조롭게 이뤄졌다는 점도 문제다. 현대차는 이미 협력기업들과 신형 G80 양산 모델 품질점검을 끝냈고 2월부터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할 준비도 마쳤다. 출시를 미루면 부품 등 생산 설비를 구축해놓은 협력기업들이 공장을 놀리는 상황도 벌어지게 된다.

이미 생산된 차량들도 있다. 해당 차량들은 국내 도로 곳곳에서 주행 모습이 포착되고 있어 시간을 더 늦추면 신차효과를 누리기 어렵다. 해외에서도 출시 준비가 끝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해외판매 실적 자료에 따르면 9월과 11월에 거쳐 17대의 신형 G80이 해외로 판매됐다. 해외 법인의 전시 등 판촉 활동을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SUV가 인기라고 하지만, 고급차 브랜드의 중심은 세단이고 SUV는 참신한 조연 정도"라며 "GV80을 통한 라인업 확장에 힘을 쏟는다는 명분으로 주력 차종인 G80 신형 출시를 6개월 가량 연기했는데, 다시 미루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제네시스 브랜드는 70, 80, 90 클러스터로 구분됐고 GV70도 출시가 준비되고 있다. 어설프게 연달아 신차를 내놓거나 일정을 다시 미루기보다 G80과 GV80을 묶어 동시에 출시하는 편이 브랜드 이미지에는 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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