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의 전면파업이 정작 노조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전면파업을 시작한 첫날이었던 23일 부산공장 노조원 절반이 정상 출근을 한데 이어 파업 나흘째인 26일 노조원 3/2가 출근해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어서다. 노조 집행부의 강경투쟁보다 자동차 업계의 장기 불황에 공멸 위기감을 느끼는 노조원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르노삼성차는 26일 전체 근무자 2172명 가운데 1607명이 출근해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원 기준으로는 1727명(주야 통합) 중 568명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파업 참여율은 32.9%로 집계됐다.
르노삼성차 노조가 부분파업에 들어간 20일 이후 첫 정상 근무일인 23일 파업 노조원은 707명으로, 참여율은 40.9%였고 24일에는 646명이 파업에 참여해 37.4%의 참여율을 기록했다. 참가율로만 보면 40.9%에서 37.4%, 32.9%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은 심각한 수준이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단일 생산라인에서 7종의 차량을 혼류 생산하는 구조다. 때문에 차체, 엔진, 조립, 도장 등 생산라인 한 부분이라도 가동에 차질을 빚게 되면 나머지 부분도 연쇄적으로 차질이 생긴다.
회사는 노조 파업 이후 주야 2교대 근무를 주간으로 통합해 라인 가동의 효율성을 꾀하고 있지만 실제 생산량은 정상 가동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23일과 24일 생산한 차량은 각각 210대와 227대로 평소 생산량 600대에 크게 못 미쳤다.
노조는 지난 20일 올해 임금·단체협약 협상에서 기본급 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66.2%라는 역대 최저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하지만 지난 21일 특근에 노조원 680명이 참여해 전체 노조원의 40%인 1700여명이 파업 지침을 따르지 않았다. 지난 6월 전면파업 당시에도 노조원들은 60%가량이 정상 출근하며 강성 지도부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올해 9월부터 올해 임금 및 단체 협상에 들어갔다. 르노삼성 사측은 ▲900여만원의 일시금(타결 격려금 100만원, 기본급 동결 격려금 100만원, 신차 출시 격려금 200만원, 기지급된 고정 생산성 격려금 평균 400만원, 추가 지급하는 생산격려금 평균 100만원 등) ▲변동급→고정급 전환, 연간 120% 통상임금 인상되는 안 등을 제시했다.
반면 노조는 올해 기본급을 15만3335원(8.01%)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합의점을 찾지 못 하고 있다. 실제로 르노삼성 노조원들은 기본적으로 국내 다른 완성차업체에 비해 낮은 기본급에 대한 불만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원은 일단 회사가 살아야 한다는 절박감을 드러냈다. 물량부족에 시달리는 르노삼성은 크로스오버차량 XM3의 유럽 수출 물량을 따내려 하고 있지만 노사관계의 불안정을 이유로 본사는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일각에서는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에 XM3 수출 물량을 뺏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노조원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이유다.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 과정에서도 1년여에 걸쳐 모두 52차례 312시간 동안 파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회사 측이 집계한 생산 차질은 3500억원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현대자동차 생산라인의 와이파이 사태로 노조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글로벌 자동차 경기가 갈수록 안좋아지는 상황에서 강성 집행부의 무리한 파업이 노조원들로부터 지지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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