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반대에 원격의료 시범사업만 20년째…서울대병원 '당뇨치료 앱' 해외진출도 막혔다

입력 2019-12-26 17:20   수정 2019-12-27 01:56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은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 혁신파크를 찾아 재활의료기기 업체 네오펙트의 라파엘 스마트글러브를 착용하고 탁구 재활프로그램을 체험했다. 헬스케어산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장면이다.

‘문재인 글러브’라는 별명까지 얻은 이 제품은 미국에서 가정용 재활시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환자가 집에서 재활훈련을 하면 먼 거리에 있는 의사가 피드백해주는 서비스를 운영하면서다. 네오펙트는 미국 의료기관 등을 인수해 원격의료 전문병원도 세울 계획이다.

한국은 다르다.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막고 있는 의료법 때문에 뇌졸중 등 손 재활이 필요한 환자는 병원 또는 재활시설을 찾아야 제대로 된 라파엘 스마트글러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환자 치료를 위해 제품을 사용한 뒤 별도 진료비를 받을 수 없는 것도 제약으로 꼽힌다. 국내 헬스케어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제쳐두고 해외로 나가는 이유다.

라파엘 스마트글러브 서비스를 반쪽짜리로 만든 것은 의료법이다. 국내에서는 의사와 의료인 간 원격자문만 허용된다. 의사가 먼 거리에 있는 환자에게 통신 시스템 등을 활용해 진료하는 것은 불법이다. 1999년 산간 오지에 있는 환자가 먼 거리 보건소 의사와 화상으로 통화한 뒤 집 근처 약국에서 약을 받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처음 시행됐다. 이후 20년째 시범사업만 반복하고 있다. 환자가 대형병원으로 쏠릴 수 있다는 이유로 동네의원 의사 등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를 보는 것은 환자다. 서울대병원은 의사가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으로 당뇨병 환자의 혈당 수치를 확인하면서 인슐린 투여량을 조절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국내 출시는 못 한다. 의사가 먼 거리에 있는 환자 데이터를 보면서 구체적인 피드백을 주는 것은 원격진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은 원격진료가 자유로운 중국, 중동지역 진출을 모색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 해외 바이어들에게 보여줄 한국 내 실적이 없어서다.

심전도를 측정하는 스마트워치를 개발한 휴이노도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심전도 기능을 적용해 출시한 애플의 스마트워치보다 3년 앞선 2015년 개발된 제품이다. 고려대안암병원에서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사업 특성상 수익을 낼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약사법 때문에 온라인으로 약을 사고팔 수 없는 것도 불필요한 규제”라며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갖추고도 의사 약사 등의 반대로 허송세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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