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우의 월드사이언스]과학자들이 레고 블록을 절대영도까지 얼린 까닭은

입력 2019-12-27 10:00  

'레고 블록이 양자컴퓨터 발전에 획기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

맨발로 레고 블록을 밟아본 사람은 누구나 그 조각이 얼마나 단단한지 알 것이다. 그 견고함은 레고가 전 세계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까지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다.

영국 랭커스터대 과학자들은 최근 아주 특이한 실험을 하나 했다. 레고 블록을 절대영도 근처까지 얼려본 것이다.

절대영도는 이론적으로 가장 낮은 온도다. 섭씨 온도로 영하 273.15도다. 이 온도에 이르면 어떤 물질이든 저항이 전혀 없이 전기를 흘려보낼 수 있는 등 다양한 물리적 특성이 나타난다.

랭커스터대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낮은 온도를 만들어낼 수 있는 냉동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이 대학 과학자들은 레고 블록을 절대영도보다 불과 0.004도 높은 온도까지 얼렸다.



과학자들이 레고 블록을 얼린 것은 레고 재질의 열을 차단하는 절연 성질을 분석하기 위해서였다. 네개 층으로 쌓은 레고 블록 맨 위층에 작은 히터를 달고, 절대영도에서 가동해 보니 가장 아래층에는 온도 변화가 '전혀' 없었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실험을 주도한 드미트리 즈미에브 박사는 "레고의 재료인 ABS(아크릴 부타디엔 스타이렌) 수지와 블록의 독특한 결합 방식 덕분에 온도 차단 효과가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이 이렇게 레고 블록까지 동원해 절연 실험을 하는 것은 미래 컴퓨터로 주목받고 있는 양자컴퓨터의 개발을 위해 고성능 절연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양자컴퓨터는 양자역학이 적용되는 초미세 환경에서 원자의 간섭, 중첩 등의 원리를 활용해 연산을 하는 컴퓨터다. 기존 컴퓨터보다 훨씬 복잡한 계산을 빠른 시간에 해낼 수 있어 IBM, 구글, 인텔 등 기술 선도 기업들이 대거 개발에 뛰어들었다.

현재 개발 중인 양자컴퓨터의 상당수는 간섭이나 중첩 등의 현상을 발현하기 위해 절대영도 부근에서 가동하고 있다. 랭커스터대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특정한 절연체 배열 방식이 절연 성능을 크게 높여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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