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김장철을 앞두고선 무와 배추 가격이 폭등했다. 소비자들은 비싼 값에 김장 재료를 구입해야 했다. 하지만 농민들은 연말 가격 급등에도 웃을 수만은 없었다. 연간으로 보면 가격이 낮은 수준에서 유지됐기 때문이다.
우선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다. 안정적인 배추·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올초부터 춥지 않은 겨울 영향으로 생산량이 크게 늘었다. 출하량이 늘자 시장에서 제값을 받을 수 없었다. 반면 여름부터는 병충해와 영·호남을 할퀸 세 차례의 태풍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 무는 13%, 배추는 18%나 재배 면적이 감소했다.
무는 이미 지난해 겨울부터 생산 과잉으로 창고에 재고가 가득했다. 그러다 여름부터 무가 꽃을 피우는 ‘추대(꽃대)’ 현상과 태풍을 겪었다. 배추 역시 여름의 가뭄, 가을 태풍을 한 해에 함께 겪었다. 이마트의 한 채소담당 바이어는 “올여름까지는 전년 대비 40~50%가량 시세가 낮았지만, 하반기부터는 출하량 감소로 정작 수요가 많은 김장 시기에는 시세가 두 배 뛰었다”고 말했다.
가격이 급등락한 무·배추는 결과적으로 지난해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됐다. 소매가 기준으로 작년 평균 무 한 개에 2468원, 배추 한 포기에 4051원이었다. 올해는 무 1815원, 배추는 3515원을 받았다.
양파, 감자도 작황이 좋아 전년보다 30~40% 낮은 시세에 판매됐다. 저장된 양파가 썩어 판매하지 못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인기 방송인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직접 양파를 활용한 요리법을 유튜브에 공개하며 양파 소비를 촉진할 정도였다.
감자도 소비 촉진 이벤트를 해야 했다. 대형마트 등은 농가를 돕기 위해 감자를 대거 사들여 소비자들에게 싼값에 공급하기도 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은 돼지고기 가격도 움직였다. 살처분에 따른 공급 감소에도 불구하고 돼지고기 가격은 더 떨어졌다. 연말 회식이 몰린 12월도 돼지고기 가격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지난해 평균 1935원이었던 국내산 삼겹살 100g 가격은 올해는 1844원으로 떨어졌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