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 24일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영구정지를 결정한 것을 두고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이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한수원이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고의로 축소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영구정지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엄재식 원안위원장 등을 배임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26일 한수원 노조 관계자는 “원안위 의결 직후 월성 1호기 영구정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위한 법적 검토에 들어갔다”며 “법적 대응은 물론 다음달 서울 원안위 앞에서 항의 집회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올 2월 한수원의 월성 1호기 영구정지안 신청 자체가 무효화될 수 있다”며 “감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도 영구정지를 위한 행정적 절차를 마무리하는 걸 이해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한수원 노조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영구정지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경주 지역 주민들도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월성 1호기는 2012년 30년 설계수명이 완료되자 정부가 이를 2022년 11월까지 10년간 연장하기로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탈원전 정책을 표방하면서 지난해 6월 한수원 이사회에서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한국당·한수원 노조 "脫원전 정책 발맞추기 위해 경제성 고의 축소"
원안위 결정에 법적대응 예고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영구정지 결정을 둘러싼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번째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1호기 경제성을 고의로 축소 평가했다는 의혹이다. 자유한국당 탈원전대책특별위원회 총괄간사를 맡은 최연혜 의원은 26일 “한수원은 2022년까지 연장 가동하기 위해 혈세 7000억원을 들여 월성1호기를 수리해놓고 의도적으로 경제성을 낮춰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원전해체위원회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감사 결과 전 의결…감사원 업무방해”
한수원의 월성1호기 경제성 과소평가 의혹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지난해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화두였다. 올 10월 한수원 국정감사에서 장석춘 한국당 의원은 “2022년까지 수명 연장이 결정된 월성1호기를 정부 협조공문 하나로 조기 폐쇄하겠다고 뒤집은 것은 불법이며 이사회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두 번째 쟁점은 감사원 감사다. 한수원의 경제성 축소 의혹과 관련해 국회는 올해 9월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고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반대표를 던진 이병령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은 지난 24일 월성1호기 영구정지를 최종 확정한 원안위 의결 후 “감사 결과가 나온 뒤 심의해도 늦지 않는다”며 “원안위의 이번 결정은 대단히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원안위는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월성1호기 영구정지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가 감사원 감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일부 위원의 반대 등으로 의결 보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원안위 측은 “원안위는 원자력 안전성을 확인하고 규제하기 위한 독립 행정기관으로, 경제성과는 별개”라고 설명했다.
한국당은 월성1호기 영구정지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물론 엄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을 직권남용과 배임죄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다. 원자력 학계와 업계 관계자 등이 모인 원자력정책연대도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 역시 25일 성명서를 내고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다수결로 의결을 강행한 것은 국회와 감사원의 정당한 업무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역주민 “원안위, 정부 하수인 전락”
마지막으로 지역주민들은 지역 경제 피해보상 대책 없이 영구정지가 결정된 데 반발하고 있다. 한수원은 앞서 2015년 월성1호기 수명 연장 결정 이후 2022년까지 1310억원의 상생협력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중 80~90%를 지역 도로 및 시설 개보수, 수익 사업 등에 사용했다. 문제는 영구정지 결정으로 나머지 기금을 계속 지원할지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는 것이다. 경상북도와 경주시는 발전량 등에 비례해 2022년까지 예상했던 세금 수입 약 430억원을 거둬들이지 못하게 됐다.
하대근 양남면 발전협의회장은 “원안위는 탈원전을 앞세운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정부의 하수인이 됐다”며 “정말 국민의 안전이 걱정된다면 왜 이번 회의에서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은 안건에서 쏙 빼놨느냐”고 반문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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