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에 빠진 '기업은행장' 인사…"반장식 안되니 윤종원?"

입력 2019-12-27 13:10   수정 2019-12-27 13:11


"반장식은 아니지 않나요. 차라리 윤종원이 낫죠."

금융당국 한 관계자의 말이다. 청와대가 차기 IBK기업은행장에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을 앉히려 한다는 소식에 그는 "낙하산 논란을 떠나 (금융 분야 관련) 경력 자체가 전무한 데"라면서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으로 안다"라고 귀띔했다.

기업은행이 27일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에서 이날 임기가 만료되는 김도진 현 행장의 이임식을 진행했다. 신임 행장이 정해지지 않으면서 당분간은 임상현 수석부행장(전무)이 행장직을 대행한다.

동시에 윤 전 수석이 차기 행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는 금융업계를 관리·감독하는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서울대 경제학과 80학번 동창이자 행정고시 27회 동기다. 유력 후보로 거론된 반 전 수석보다 행시 6기수 후배다.



윤 전 수석은 서울 인창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 이사 등을 지냈다.

지난해 6월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취임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상견례에서 "(부처) 장악력이 강하시다고요. 앞으로 정부와 청와대를 잇는 가교 역할을 잘 해주시길 바랍니다"라고 덕담했다. 임종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그를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전반을 힘 있게 실행해나갈 수 있는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 윤 전 수석은 반 전 수석보다 부담감이 적은 인사인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은 위원장과 대학 동창이자 행시 동기라는 점에서 금융당국과 국책은행 간 소통도 더 원활해질 수 있다. 윤 전 수석이 금융위원장 최종 후보에 오를 정도로 검증된 인물이라는 점도 부담감을 덜어주는 부분이다.

다만 윤 전 수석 역시 금융 분야 전문성이 전무하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과거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근무한 경력을 제외하면 은행업 경력이 없어 행장 자격으로는 부적절하다는 평가다. 기업은행 노조가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반대 목소리가 여전한 만큼 윤 전 수석 임명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낙하산을 반대했더니 또 다른 낙하산을 내려보냈다'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어서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반 전 수석을 거부했더니 윤 전 수석을 추진하고 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기업은행 임직원 입장에서 두 사람은 똑같은 낙하산일 뿐이다. 관료들이 모피아(관료+마피아) 근성을 버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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