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창립 31년 만에 금호를 떠나 범현대가(家)의 품에 안겼다. 새 주인은 건설·호텔·면세점 사업을 하는 HDC현대산업개발이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은 27일 금호산업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아시아나항공과는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을 마무리했다"며 "내년 4월까지 국내의 기업결합신고 등 모든 인수절차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의 총 투자액은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앞으로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6868만8063주(주당 4700원)를 3228억원을 들여 인수하며 2조177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로써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61.5%(변동 가능)를 확보하게 된다. 미래에셋대우는 재무적 투자자로서 4899억원을 부담해 약 15%의 지분을 보유한다.
여객 수요 감소, 과당경쟁 등 대내외 변수로 항공산업의 고성장 시대가 마감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계기로 국내 항공시장 새판 짜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2위 항공사로 오랜 기간 자리매김해 왔지만 최근 부실의 늪에 빠졌다. 이번 매각의 중요한 목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정상화가 꼽힌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인수금액 2조5000억원 중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할 2조1772억원 규모의 '실탄'을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 등에 쏟아부을 예정이다. 이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자본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1조1000억원에서 3조원 이상으로 늘어나고 현재 660%에 달하는 부채비율도 300%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력 강화"라고 강조한 만큼 재무 건전성을 갖춘 이후에는 노선 경쟁력과 비용 효율성 등을 높여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 등 범현대가에 항공사를 보유한 계열사가 없는 만큼 향후 범현대가의 직간접적인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 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 등 항공 물류 기능이 필요한 계열사가 많기 때문이다. 이미 범현대 계열사들과 아시아나항공 인수시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산업개발은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서울·에어부산과 아시아나IDT 등 아시아나항공 6개 자회사도 함께 인수한다. 다만 향후 일부 자회사가 개별 매각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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