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이어 EU와도 갈등…EU 공개 협박

입력 2019-12-27 14:21   수정 2019-12-27 14:39


중국이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과도 무역과 인권, 안보 문제 등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과 EU는 내년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각종 이슈를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밍 EU 주재 중국 대사는 2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EU가 외국기업 소유권, 무역 기회,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을 억제하는 등 중국 기업의 유럽 진출을 방해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EU의 계획은 중국 기업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EU가 미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중국 화웨이 장비 사용 규제를 추진하는 움직임을 비판한 것이다.

장밍 대사는 “EU 회원국들이 국제협력을 추구할 필요성이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그들에게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U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투자가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장밍 대사의 설명이다. 중국 고위 외교관이 EU에 ‘재앙이 될 수 있다’(disastrous)라는 강한 표현까지 쓴 건 매우 이례적이다.

앞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도 이달 중순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회의에서 “중국과 EU는 FTA 타당성 분석에 착수해야 한다”며 “그것은 유럽 시민들에게 좋은 일이 아닌가. 왜 그렇게 하지 않는가”라고 협상을 종용했다.

EU는 중국이 자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국영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먼저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EU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투자협정에 중국이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EU의 주장이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이달 중순 왕 국무위원과의 회담에서 “공정 경쟁과 호혜성을 존중하는 투자와 무역을 촉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콩 시위와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 문제도 양측 갈등을 키우고 있다. EU는 FTA 체결에 앞서 중국이 인권 문제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왕밍 대사는 “EU가 중국 인권을 거론하면서 부정확하고 부당한 발언들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입장에서 EU는 최대 교역 상대국이다. EU에서 보면 중국은 미국에 이은 두 번째 교역국이다. EU 관련 전문매체인 유랙티브닷컴은 내년 한 해가 EU와 중국과의 관계를 결정짓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랙티브닷컴은 내년 4월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EU 27개국 정상 간 회담에서 의미있는 진전을 이뤄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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