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품고가느냐가 개혁시금석...박근혜처럼 안되려면 충신 간신 구별하라"

입력 2019-12-27 18:07   수정 2019-12-27 18:29

대표적 진보성향 논객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사진)가 “‘불편하더라도 윤석열 검찰총장이라는 칼을 품고 가느냐, 아니면 도중에 내치느냐’ 이것이 정권의 개혁적 진정성을 재는 시금석”이라고 27일 밝혔다.

진 전 교수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 정부가 아직 건강하다면서도 ‘친문(친문제인계)’세력들이 자신들의 사익을 위해 대통령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 등의 혐의를 인정한 바 있는데, 그동안 친문세력들은 사익을 위해 ‘검찰개혁’프레임을 만들어 검찰과 언론 등 ‘감시자’의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주변 사람들의 말을 믿지 말라’고 충고했지요”라고 상기시키며 “그 말대로 대통령은 주변 사람들 중에서 누가 충신이고 누가 간신인지 잘 구별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거기에 정권의 성패가 달려 있다”며 “제가 보기에 주변에 간신들이 너무 많다”고 비판했다.

◆윤석열에 대한 공격이 끊이지 않는 이유

진 전 교수는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대는 것을 정권에 흠집을 내는 것으로 봐서는 안된다”며 “권력 앞에서도 검찰이 살아있다는 것은 문재인 정권이 ‘아직은’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강직한 성품의 윤 총장을 임명한 것도, 임명하면서 “살아있는 권력까지 철저히 수사하라”고 당부한 것도 권력주변을 깨끗하게 하기위해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친문 측근세력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개혁의 적임자라고 칭송했고, 대통령이 기수까지 파괴해가며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윤 총장이 이제 '우병우'로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은 검찰이 제 기득권을 유지하기위해 개혁을 거부한다고 외친다”고 했다.

그는 윤 총장에 대한 여권 일각의 공격 배경에 대해 “간신이 제일 싫어하는 게 충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향신문 기사에 나온 “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내가 악역을 맡은 것”이라는 윤 총장 발언도 검찰의 반박이 없었다는 점에서 사실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개혁 프레임으로 머릿속에 주입”

그는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반대한 서초동 시위 역시 국민들 사이에 검찰개혁이라는 ‘공익적’요구를 일부세력이 오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중은 수조 속에서 누워 뇌로 연결된 파이프를 통해 ‘뉴스공장’이나 ‘알릴레오’ 같은 양분을 섭취 당하며 잠자는 신세가 된다”며 “이 프로그램이 참 희한한 게, 그렇게 정신 줄 놓고 곯아떨어진 사람들이 자면서도 ‘나는 깨어 있다’, ‘깨어 행동한다’고 잠꼬대를 하게 만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총장은 실제 검찰개혁에 반대한 적이 없다. 하지만 시위대는 검찰개혁 반대론자로 윤 총장을 몰아갔다. 그는 “정말로 시위대가 검찰개혁의 제도화를 원했다면 서초동이 아니라 여의도로 갔어야했다”며 “민정수석 한 사람의 잘못을 덮어주는 차원이 아니라, 그 동안 특정 지역의 패거리 전체를 비호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특권세력들의 ‘사익’을, 그들은 ‘검찰개혁’의 대의로 프로그래밍 해 지지자들의 머릿속에 집어넣어 준 것”이라며 “그 결과 지지자들은 실제로는 특권층의 사익을 옹호하며 자기들이 공익을 수호한다는 해괴한 망상에 빠지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피해를 입은 학교, 그것을 적발한 검찰, 사실을 알린 언론은 졸지에 간악한 가해자로 둔갑했다”고도 했다.

◆“검찰·언론 감시의 눈 마비시키려는 것”

그는 일부 부패한 친문 측근들은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프레임’을 짠다”며 “거추장스러운 감시의 ‘눈’을 마비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범인들이 범행 전에 미리 CCTV 카메라부터 제거하듯 그들 역시 대통령의 권력을 훔치기 위해 사회의 두 ‘눈(검찰·언론)‘부터 가리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 전 교수는 성공한 정권이 되려면 권력의 주변을 감시할 감찰과 검찰, 그리고 언론의 ‘눈’이 살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통령 주변을 감시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기능은 마비됐다고 평가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무마 의혹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등에서 조 전 장관 등 민정수석실의 책임이 컸기 때문이다.

그는 “친문 ‘측근’들이 청와대 안의 공적 감시기능을 망가뜨려 버린 것”이라며 “그리고는 물 만난 고기처럼 해 드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대통령에게 공적으로 행사하라고 준 권력을 도용해 사익을 채운 것”이라며 “하지만 친문 패거리 사이의 끈끈한 ‘우정’ 덕에 그 짓을 한 이는 처벌은커녕 외려 영전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서초동 시위로 위축시켰고 이제 언론이 남은 건가”라며 “이렇게 정치적 선동으로 대중의 위세를 동원해 감시하는 ‘눈’들을 모두 가려버리면, 이제 그들은 살판이 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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