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치마에 틀어올린 머리 사라졌다"…달라진 모델하우스 풍경

입력 2019-12-28 11:04   수정 2019-12-28 11:05


"예전에는 모델하우스에 라면이나 사은품 보고 오는 분도 많았죠. 이제는 정말 실수요자가 오니까 그런 거품 마케팅은 필요없게 됐습니다."(A분양대행사 본부장)

서울 분양 시장에서 모델하우스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줄서기나 집객인원 부풀리기, 사은품 증정 등이 자취를 거의 감췄다. 근무하는 직원들의 모습도 달라졌다. 짧은 치마에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치장 보다는 정확한 설명을 하는데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12·16부동산 대책 이후 대출이 어려워졌지만 서울에서는 아파트에 당첨되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태다. 더군다나 자칫 실수라도 하면 1순위 자격을 박탈달할 수 있다. 관람객들이 대부분 실수요자와 비슷한 집단이다보니 모델하우스에도 화려함 보다는 전문성이 부각되고 있다.

대림산업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마련된 대림 주택전시관에는 도우미들이 운동화에 긴 자켓을 걸치고 있다. 머리모양도 자유롭다. 미술관에서 설명을 듣듯이 소그룹으로 관람객을 안내하고 있다. 보통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 지나칠 수 있는 시스템까지 꼼꼼하게 설명해준다.

모델하우스에 방문을 사전에 예약하는 시스템도 자리잡고 있다. 혼잡을 방지하고 충분한 설명을 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마련한 방법이다. 강남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들은 대부분 예약제를 택하고 있다.

GS건설은 개포주공아파트4단지를 재건축하는 '개포프레지던스자이'의 모델하우스 방문객을 예약으로만 받았다. 사전 예약기간은 모델하우스가 문을 연 지난 27일부터 내달 3일까지다. 이성욱 GS건설 분양소장은 "매일 시간대별로 적절한 인원을 예약받았다"며 "몰린다 싶거나 혼잡이 예상되는 날은 개별 연락을 통해 방문 시간이나 날짜를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건설도 지난달 서초구 서초동에 문을 연 '르엘 갤러리'에서 사전 예약제를 운영했다. 르엘 신반포 센트럴과 르엘 대치의 개관 당시였다. 사전예약이 일찌감치 마감되면서 롯데건설은 매일 선착순 200명까지만 방문을 추가로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에는 '묻지마 청약'을 할 정도로 청약 수요자들이 많고, 강남은 현금부자들만 청약할 수 있다보니 겉치례가 많이 사라졌다"며 "분양가가 통제받고 있다보니 마케팅 비용이 넉넉치 않은 것도 요인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아파트 뿐만 아니라 지식산업센터의 모델하우스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사무실 정도를 차려놓고 개별영업이나 상담을 통해 계약이 이뤄졌다. 때문에 준공까지 계약취소가 빈번하고 마음을 바꾸는 사례도 종종 나왔다.

그러다 최근에는 사무실의 개별 유닛은 물론 기숙사, 공동공간까지 미리 만들어놓은 사례가 나왔다. 현대건설이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옛 삼성물산 물류센터 부지에 짓는 '현대지식산업센터 가산 퍼블릭(Publik)'이다. 연면적 약 26만㎡ 규모에 지하 5층~지상 최고 28층 3개 동으로 구성된다. 지식산업센터, 기숙사, 근린생활시설이 지어진다. 모델하우스에는 기숙사와 기숙사 라운지, 퍼블릭홀(강연장), 오피스 라운지, 오피스, 오피스 테라스까지 만들어놨다.

분양 관계자는 "지식산업센터들이 수도권에 많이 들어서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계약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업계에서는 드물에 유닛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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