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이 정치권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26일 대한상의 출입기자단과 한 신년인터뷰에서다. 새로운 산업을 발목 잡는 규제를 없애고 경제 활성화 법안을 처리하는 데 미온적인 국회를 정면 비판했다. 박 회장은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국회에 막혀 있는 것을 보면 울분해 벽에다 머리를 박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규제개혁을 위해서는 낡은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하는데 국회가 협조를 전혀 안 해주고 있다”며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는 상황이 상시화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국회를 ‘규제개혁의 장애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정치인들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지원 행사에 참석해 홍보용 사진만 찍는 행태를 거론하면서는 “분노하고 분개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회장은 스타트업 창업자들과 함께 불필요한 규제를 풀기 위해 국회를 여러 차례 방문한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국회 복도에서 이 친구들(스타트업 대표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수천 번 했다”며 “왜 규제개혁 법안이 처리되지 않는지 설명할 수가 없어 더 미안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규제개혁이 더뎌지면서 한국이 장기적으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새로운 산업이 탄생하는 게 구조적으로 불가능해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변화 속도가 갈수록 느려질지 모른다는 진단이다.
‘타다 논란’에 대해선 “새로운 사업이 나올 때마다 기존 사업 중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으면 그 기회를 다 막을 것이냐”며 “택시업계가 반발하니 타다를 죽여버리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택시기사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등의 문제는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데 타다 및 택시업계가 합의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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