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예술가 지원 사업 신설…현장 뛰며 신뢰 구축"

입력 2019-12-29 14:47   수정 2019-12-30 02:29

2016년 국내 문화예술계는 ‘블랙리스트’ 사태로 큰 혼란에 휩싸였다. 예술가들이 정책적 지원에서 배제된 사실이 알려지며 예술가 지원 시스템의 신뢰가 무너져 내렸다. 문화예술 지원 실행 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위상도 흔들렸다.

박종관 문화예술위 위원장(사진)은 지난해 11월 취임 이후 ‘아르코 혁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오랜 시간 이어진 블랙리스트 파문 수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당시 담당자들의 징계 절차를 밟는 것은 물론 지원 시스템 자체에 다양한 변화를 주고 있다. 박 위원장은 “신뢰 회복을 위해선 공정성과 역동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청년예술가 지원 사업을 신설하고 1년 단기 프로젝트 지원에서 다년간 지원 사업 체제로 개편했다”고 말했다.

극단 예술공장두레 상임연출가, 서원대 교수로 활동해온 박 위원장은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한 문제들을 개선하고, 예술가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원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그가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39세 이하의 청년예술가들이다. 그동안 예술가 지원이 중장년층에 치우쳤다는 지적을 반영해 청년 지원 사업을 따로 마련했다. 내년에는 순회 공연 지원에 39억원, 예술 창작에 10억원을 제공한다. 그는 “젊은 창작자들이 아직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청년이 미래다’라고 하는데 구호 이상의 의미를 가지려면 지원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간도 1년에서 3년으로 확대한다. 작품 아이디어부터 창작과 제작,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지원하기 위해서다. “우수 창작 레퍼토리를 발굴해 지원하는 ‘창작산실’ 사업에 선정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잘하는 사람 중에서 더 잘해야 하기 때문에 확률이 높지 않아요. 그래서 오랜 시간 작품을 개발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중장기적으로 충분한 지원을 받고, 창작산실 사업에 도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습니다.”

지원 사업의 수도권 편중 현상을 해소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지방 예술가의 지원 신청률을 보장하는 ‘지역 최소 보장제’다. “지방 예술가 선정률이 10% 미만에 그치고 있습니다. 지원 신청률부터 수도권에 비해 낮기 때문인데 신청률을 올려 최종적으로 선발되는 선정률을 높여야 합니다. ‘찾아가는 설명회’를 통해 지방 예술가들에게 지원 제도를 알리고 신청률을 현재 10~20%에서 30% 이상으로 높이겠습니다.”

그는 신뢰 회복을 위해 다양한 변화를 추구할 생각이다. “블랙리스트 사태로 사라진 신뢰가 오늘부터 갑자기 생기는 것은 아니겠죠. 하지만 임기 동안 현장을 중심에 두고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며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예술 위에 군림하는 게 아니라 친구처럼 예술가들의 손을 잡아주는 기관이 되겠습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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