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언론은 베트남 통계청이 베트남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7.02%로 추산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정부 목표치인 6.6~6.8%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세계은행(6.6%)과 국제통화기금(IMF, 6.5%) 전망치보다 각각 0.4%포인트, 0.5%포인트 이상 높다. 베트남 경제는 이로써 지난해의 7.08%에 이어 2년 연속 7%대 성장세를 이어가게 됐다.
올해는 생산·조립 분야의 GDP가 지난해보다 11.29% 증가하면서 경제 성장을 견인했다. 서비스 분야도 7.3% 늘어났다. 무역 관련 수치들도 개선되고 있다. 베트남의 올해 수출은 지난해보다 8.1% 늘어난 2634억달러(약 305조원)로 집계됐다. 수입은 전년 대비 7% 증가한 약 2535억달러(약 294조원)였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 틈바구니에서 FDI와 대미 수출이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베트남 외국인투자청(FIA)에 따르면 올해 베트남에 새로 들어온 FDI 금액(도착 기준)은 지난해보다 7%가량 늘어난 203억8000만달러(약 23조650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베트남의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의 대미 수출은 12% 감소했다. ADB는 “휴대폰 컴퓨터 섬유 해산물 등 베트남 수출 품목 대부분이 미국이 관세를 올린 중국산 제품과 겹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기업 사이에서 생산시설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나이키와 언더아머 제품을 수탁생산하는 대만 스포츠의류 제작기업 에클라트텍스타일은 최근 베트남 생산 비중을 50%로 늘렸다. 이 기업은 3년 전인 2016년까지만 하더라도 제품 대부분을 중국에서 생산했다.
구글과 애플도 베트남에서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 공장을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는 구글이 베트남 박닌성의 낡은 휴대폰 생산공장을 사들여 자사 스마트폰 생산공장으로 개조하고 있다고 지난 8월 보도했다. 애플은 베트남에서 자사 이어폰 제품인 에어팟을 시범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은 연 8%대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성장률이 5~6%대로 주저앉아 ‘중진국 함정’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7%대 성장률을 달성해 이 같은 염려가 사그라들 전망이다.
베트남 경제는 내년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분석된다. 베트남 통계청은 내년에 베트남 경제가 6.8%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은행과 IMF의 내년 베트남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모두 6.5%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반사이익이 커지면 올해처럼 성장률은 더 높아질 수 있다.
다만 미국이 베트남의 높은 대미 무역흑자를 견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베트남을 “최악의 무역 남용 국가”라고 불렀다. 이후 미국 정부는 중국산 물품의 불법 환적에 가담했다며 베트남산 철강에 400% 수준의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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