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출발 2020 다시 뛰는 기업들] 위기의 기업들 혹독한 변혁으로 '飛上' 꿈꾼다

입력 2020-01-01 15:19   수정 2020-01-01 15:20

기업들이 흔들리고 있다.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갈등 같은 대외 악재가 산적해 있다. 일본은 부품소재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나섰고, 세계 각국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눈을 국내로 돌리면 더욱 암담하다. 기업을 옭아매는 규제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반대로 한 번 만들어진 규제를 없애는 데는 1년도 부족하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규제개혁을 막는 정치권 때문에) 벽에 머리를 박고 싶은 심정”이라고 울분을 토할 정도다.

최저임금은 가파르게 올랐고, 갑자기 시행된 근로시간 단축제도(주 52시간제)가 기업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화학물질관리법 등 환경규제도 갈수록 강해진다. 정부는 최근 법령이 아니라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바꿔 기업 활동을 옥죄려 하고 있다. 국회 논의 과정을 건너뛰겠다는 심산이다. 국민연금을 통해 기업 경영에 개입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 사이에서는 “기업하기 정말 힘들다”는 탄식이 쏟아진다. 일부 기업인은 “마음 같아선 당장 한국을 떠나고 싶다”고 토로한다. 그렇다고 마냥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바로 도태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게 기업의 숙명이다. 방법은 하나다. 과감한 혁신과 혹독한 변화다. 기업들은 새해를 맞아 신발끈을 다시 조이고 있다.

삼성은 4대 미래산업인 인공지능(AI)과 5세대(5G) 이동통신, 바이오, 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이어간다. 2021년까지 총 18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모든 스마트기기에 AI 기능을 넣기로 했다. AI 인재와 기술을 끌어모으는 데도 적극적이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메모리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다. 중장기적으로는 인간의 뇌를 모방한 AI 반도체 핵심 기술인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주력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증가하는 5G 수요에 맞춰 다양한 제품을 내놓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폴더블폰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도 잇따라 선보일 방침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래자동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최근엔 글로벌 ‘톱3’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업체 앱티브와 각각 2조4000억원을 투자해 미국에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을 위한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4일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하는 업체에서 전기차 및 수소전기차를 양산하는 글로벌 전동차 업체로, 나아가 모빌리티 관련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미래 사업 분야에 2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SK그룹은 올해 혁신기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AI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 등을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하겠다는 의미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업의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등은 AI 관련 투자를 이어간다. SK그룹은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20’에서 AI와 증강현실(AR) 등 6개 분야에서 사용되는 반도체와 전기차용 첨단제품, 5G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 등을 공개한다.

LG그룹은 자동차부품 사업 등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2013년 자동차부품 전담 사업본부(현 VS사업본부)를 출범시켰고,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볼트EV에 핵심 부품 11종을 공급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에는 GM과 전기차 배터리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는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차량용 디스플레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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