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별 달기 어려워졌다
30일 한국경제신문이 주요 대기업의 올해 임원 인사를 분석한 결과 10대 그룹 중 삼성을 뺀 9개 그룹의 신규 승진 임원 수는 522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716명)보다 17.3% 줄었다. 포스코의 신규 임원이 지난해보다 60.9% 줄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이어 롯데그룹(-40%) LG그룹(-20.9%) 현대중공업그룹(-20.5%) 순이었다. SK의 신규 임원 수는 지난해 112명에서 올해 108명으로 감소했다. 10대 그룹은 아니지만 이날 정기 인사를 한 CJ그룹의 신규 임원 수도 19명으로 지난해(35명)보다 45.8% 급감했다.
전체 임원 승진자도 크게 줄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해 177명의 승진자를 배출했지만, 올해엔 52% 줄어든 85명만 승진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임원 승진자 수는 94명에서 74명으로, 신세계그룹은 61명에서 48명으로 각각 줄었다. 경영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실적 부진 여파로 임원 승진자를 줄이는 대신 조직 분위기를 일신하고 미래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와 여성 임원 수를 늘렸다”고 말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LG그룹의 누적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반 토막 났다. 이 기간 GS그룹(-32.7%)과 신세계그룹(-28.4%) 롯데그룹(-26.5%)의 이익도 뒷걸음질쳤다. SK그룹 영업이익은 65.7% 급감했다.
더 거세진 세대교체 바람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사령탑을 바꾼 기업이 많았다. 지난 2분기 창사 이래 첫 분기 적자를 낸 이마트는 사상 처음으로 외부 출신인 강희석 전 베인앤드컴퍼니 파트너를 CEO로 선임했다. GS그룹에선 창립 이후 15년간 그룹을 이끌어온 허창수 회장(71)이 물러나고 허 회장의 막냇동생인 허태수 회장(62)이 새 수장이 됐다. 현대제철은 경쟁사인 포스코 출신 안동일 전 포항제철소장을 생산기술담당 사장으로 영입했다.
세대교체 바람이 불면서 1960년대생이 경영 전면에 부상했다. 권봉석 LG전자 사장(56)과 박성하 SK(주) C&C 사장(54),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장으로 옮긴 황범석 전무(54)가 대표적이다.
40대 임원들도 눈에 띈다. 현대차그룹은 전순일 현대·기아차 연료전지설계실장(45) 등 40대 초·중반 실장급을 대거 신규 임원으로 발탁했다. LG그룹의 신규 임원 중에는 45세 이하가 21명에 달한다. 심미진 LG생활건강 상무(34)는 입사 12년 만에 임원이 됐다.
한화그룹에선 김은희 한화갤러리아 상무 등 8명의 신규 임원이 1975년 이후 출생자다. 한화 신규 임원들의 평균 연령은 48.1세로 지난해의 49.2세보다 1.1년 젊어졌다. 9개 그룹 중 GS와 포스코를 제외하면 신규 임원의 평균 나이는 48~49세다.
남성 중심의 순혈주의 타파
기업들은 외부 전문가를 대거 영입했다. 조직에 새바람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항공연구총괄본부장 출신인 신재원 씨를 도심용 항공 모빌리티 사업담당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GS그룹은 올해 정기 인사에서 인재 5명을 영입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인 김정수 전무와 기획재정부에서 일했던 임범상 전무가 GS로 옮겼다.
여성 인력도 늘었다. SK그룹은 사상 최대 규모인 7명의 여성 임원을 새로 선임했다. SK그룹 내 여성 임원은 27명으로 늘었다. 현대차에서도 이인아 제네시스 고객경험실장을 비롯해 여성 임원 3명이 새로 탄생했다. 포스코에서는 포항제철소 현장의 첫 여성 임원이 나왔다. 이번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한 김희 철강생산기획그룹장이 주인공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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