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갈등이 부상하면서 오너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간의 '남매의 난'이 '모자(母子)의 난'으로 확대하면서 조 일가를 향한 비판 여론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이미 '땅콩회황', '물컵 갑질' 등으로 오너리스크를 혹독히 치른 한진그룹이 경영권 다툼으로 다시 사회적 공분을 살 수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경영권을 둘러싼 오너 일가의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번지면서 오히려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너리스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진가 오너리스크 우려가 더 불붙은 계기는 지난 성탄절 벌어진 '모자(母子) 싸움' 때문이다. 재계에 따르면 조현아 전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 방식을 공개 비판한 지 이틀 만인 지난 25일 조 회장은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서울 평창동 자택에서 다퉜다.
조 회장은 어머니가 경영권을 두고 조 전 부사장에게 힘을 실어준 데 대해 문제를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탄절 조 회장은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어머니 자택을 방문했다가 말다툼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고문 측은 조 회장이 어머니에게 욕설을 퍼붓고 집안 유리를 박살냈다며 이 고문이 다쳤다는 점과 깨진 유리 등을 사진으로 찍어 회사 일부 경영진에게 전달했다. 회사에 보호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 막장극을 보는 듯한 재벌가의 성탄절 다툼에 비판 여론은 더 거세졌다. 대다수 주주와 임직원들 역시 경영권 다툼으로 불안감을 호소했다. 대한항공 노조는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둘러싼 오너 남매의 경영권 논란에 대한 기사를 접하면서 깊은 실망과 우려를 표명한다"며 "지주사 경영권에 대한 분쟁을 야기하는 것은 사회적인 공분만을 더욱 가중시킨다"고 지적한 바 있다.
조 회장이 누나의 편을 든 이 고문에게 반발한 이유는 어머니가 사실상 자신의 경영권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캐스팅보트'이기 때문이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은 한진칼 지분을 각각 6.52%와 6.49%씩 보유하고 있다. 둘의 지분율 차이는 0.03%에 불과하다.
이 고문은 지난 4월 사망한 아버지 고(故) 조양호 회장의 보유 지분을 상속받으면서 한진칼의 지분 5.31%를 보유하고 있다. 막내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6.4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처럼 오너 일가의 갈등이 확산하면서 내년 3월 열리는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여부를 두고 표 대결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고문을 비롯한 가족들이 조 회장에게 등을 돌리고, 2대 주주인 사모펀드 KCGI와 손을 잡으면 조 회장의 경영권은 흔들릴 수 있다. 조양호 회장 생전부터 한진칼 지분을 모아온 KCGI는 한진칼 지분 17.29%까지 보유하고 있다. 한진 총수 일가 전체 지분을 합친 24.79%보다는 적지만, 한진 일가 중 한 명과 손을 잡으면 경영권을 뺏을 수 있다.
또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할 지 여부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한진칼의 지분 4.11%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후속 조치인 가이드라인을 의결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횡령·배임 등으로 기업가치가 추락했지만 개선 의지가 없는 기업에 국민연금이 주주제안을 행사한다는 내용이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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