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소신 뒤집고 '부실 청문회' 자초한 秋 후보자

입력 2019-12-31 17:16   수정 2020-01-01 00:15

“국회의 요구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부실자료 제출 및 거짓 제출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13년 대표발의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내용이다. 비록 회기를 넘겨 법 개정이 무산됐지만 추 후보자는 인사청문 과정에서 부실한 자료를 제출한 후보자에 대해서는 여느 의원들 못지않게 엄격히 처벌하자는 입장이었다.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엔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에 대해 국회가 그 자질과 능력을 철저히 검증하는 것은 국회의 당연한 권한이고 절차”라며 청문회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추 후보자는 자신이 장관 후보자가 되자 과거 소신을 잊은 듯했다. 지난 30일 열린 추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자료 제출도, 증인 채택도 없는 ‘역대급’ 부실 청문회였다는 평가다. 야당 의원들 사이에선 “이렇게까지 자료 제출이 없는 ‘깜깜이 청문회’는 처음 본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야당은 △아들 군복무 중 휴가 미복귀 무마 의혹 △출판비 1억원 행방 △딸 9000만원 차용증 의혹 △지역구 내 고급 피트니스센터 특혜 이용 의혹 등을 제기하며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추 후보자는 ‘가족 신상털기’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병역비리, 세금탈루, 불법적 재산 증식, 연구부정행위 등 고위공직자 7대 인사 배제 원칙을 세웠지만 이와 관련한 자료를 하나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물론 부실 청문회로 전락한 책임이 추 후보자에게만 있는 건 아니다. 한국당은 청문회 증인으로 추 후보자와 직접 관련이 없는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관련자들을 무더기로 신청하면서 여당의 반발을 샀다. 결국 여야 합의 실패로 16명의 증인 중 한 명도 채택되지 못했다.

야당은 청문보고서 채택에 동의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추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추 후보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이어 국회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되는 현 정부 23번째 장관이 된다. 대통령 인사권을 견제해야 하는 청문회 기능이 점차 무력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추 후보자는 야당 의원 시절 줄곧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청문회에서는 “검찰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국민 분열과 사회 불안을 가중시켰다”며 대대적인 인사개편을 예고했다. 법조계에서는 추 후보자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수사를 막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법무부 장관이 된 추 후보자가 야당 의원 시절의 소신을 어떻게 지킬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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