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이만큼만 다칠수 있게 브레이크 밟아줘서 고맙다고, 우리 가족들도 놀라지 않았냐고, 아이에게 안전교육을 못시켜 죄송하다는 사과를 하셨어야 합니다."
아파트 단지에서 주행 중 갑자기 뛰어나온 어린이를 친 운전자의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운전자 A씨는 1일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와 대인사고 합의 진행 중'이라는 제목으로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사고 후기를 전했다.
사고가 일어난 것은 지난해 11월 말경이다. A씨는 "왼쪽이 아파트단지고 오른쪽은 놀이터다"라며 "왼쪽과 정면을 보며 전진하는 중 갑자기 아이가 정차중이던 차 뒤에서 뛰어나와 사고가 발생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A씨의 차량 동승자로는 아내 그리고 뒤에는 카시트에 타고있는 5살, 3살 아이들이 있었다.
A씨는 "사고 발생 직후 저는 너무 놀란 나머지 바로 뛰어나갔고 아내는 비명을 질렀으며 아이들도 울었다"면서 "뒷문에서 아이 혼자 나오자마자 뛰어 건너 놀이터로 가려고 했던거 같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솔직히 저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 아이가 얼른 치료받고 문제없이 그냥 합의만 했어도 이런 글을 올릴 생각도 안했을텐데 시간이 지날수록 억울한 마음이 든다"라고 말했다.
A씨는 이어진 후기에서 "어린이는 2주 염좌 진단을 받았으며 부모 측은 후유증이 걱정된다면서 200만 원이 넘는 합의금을 요구했다"면서 "부모가 자신들의 차량으로 사각지대를 손수 만들었으며 아이가 내린 후 차가 오는데도 운전석과 보조석에 탑승중이던 부모는 아무 관리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난 이 합의금을 주는 것보단 그냥 병원에서 계속 치료 받는게 좋다 생각되어 승인하지 않고 있다"면서 "결국 보험결과는 합의로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지만 안일하게 일처리하는 보험사와 결국 돈이었던 그 부모에게 알아서 처리하게끔 만들어주고 싶지 않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으니 보험사 통해 처리하고 신경 안쓰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너무 본인들 잘못을 모를까 걱정된다"면서 "그 부모들이 제발 이 글을 보길 바란다. 갑작스럽게 뛰어나오는 아이를 볼 수 없어 사고가 난 점은 유감스럽지만 나한테 사과를 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A씨는 "내가 혹여라도 당신 아이를 치어 죽게 만들었다면 나는 같이 동승하고 있던 우리 아내와 두 아들을 몇 달간 보지도 못할 차가운 교도소에서 지내야 했을 것이다"라며 "이만큼만 다칠수 있게 바로 브레이크 밟아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했어야 했고 나와 우리 가족들에게 놀라지 않았냐고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앞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 가지 않게 주정차 하시고 아이에게도 보행 교육을 확실하게 다시 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사연에 네티즌들은 "종합보험 가입돼 있으면 보험처리하고 그냥 잊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부모가 차에 없었던 것도 아니고 차 오는게 보였을텐데 저런 상황이 되도록 놔둔 게 이해가 안된다", "보험처리 했으면 상대방과 보험사 측이 합의를 하든 어쨌든 운전자는 할일 다 한 것이다. 이런 때를 대비해 보험에 들어두는 것 아닌가", "아이 부모 입장에서는 섣불리 합의를 했다가 후유증이 있을까 우려될 수도 있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지난해 12월 10일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이른바 '민식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당 법은 도로교통법을 개정하여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 과속 단속 카메라와 보행자용 신호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을 바꿔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를 중형에 처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단 스쿨존이 아닌 일반 도로에서는 해당되지 않아 법의 형평성 논란을 빚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