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월 03일(11:10)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윤정현 문화부 기자) "수학, 영어, 독일어, 역사, 지리, 생물학, 물리, 음악, 미술 및 공예, 체육 수업을 듣는데요, 저는 수학을 제일 좋아합니다." 성을 방문하기도 하고 하이킹을 가기도 한다. 무대에 서지 않을 때 빈소년합창단 단원의 일상이다. 빈소년합창단의 한국인 단원 박시유 군(사진·13)을 서면으로 만났다.
빈소년합창단은 오는 18일과 19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내한 공연을 앞두고 있다. 빈소년합창단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프란츠 슈베르트' '요제프 하이든' '안톤 브루크너' 4개 팀으로 나뉘어 전세계를 누빈다. 각 팀은 2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한 팀은 오스트리아에 남아 빈 궁정 예배당의 주일 미사를 담당하고 나머지 세 팀은 전 세계를 투어하며 순회공연을 한다. 올해 한국을 방문하는 팀은 지휘자 마놀로 까닌이 이끄는 브루크너 팀이다. 헨리 퍼셀의 '오라 그대 예술의 자녀여', 펠릭스 멘델스존 바르톨디의 '찬양하여라, 주님의 종들아' 등을 파이프 오르간과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박 군은 2017년에 합창단에 입단했다. 부모님과 함께 거제도에 살던 그가 어떻게 빈까지 가게 된 걸까. 거제도 교회에서 합창단원으로 활동하던 그는 2017년 서울에서 열린 빈소년합창단 공연을 볼 기회가 생겼다. "소리가 정말 아름다웠고 단원들이 무척 행복해 보였어요. 막연하게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박 군의 바람을 들은 어머니는 합창단 측에 '오디션을 보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다. 답장은 빨리 왔다. 서울에서의 두 번째 공연이 있던 날 '오디션을 보자'고 온 것이다. 박 군은 합창단 대표이자 음악감독인 게랄드 비어트의 심사로 오디션을 봤다. "게랄드 비어트 선생님이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크게 긴장하진 않았어요. 짧은 준비 운동 후에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를 불렀습니다." 며칠 수 수습 기간에 참여하라는 메일을 받았고 아버지와 함께 빈을 방문했다.
오디션을 본 후 입단까지 한달 정도 밖에 안 걸렸을 정도로 속전속결로 일이 진행됐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과 헤어져 갑자기 바뀐 환경에 적응하려면 힘들진 않았을까. "시간이 빨리 지나갔어요. 처음에는 독일어를 배우는 게 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익숙해지더라고요. 다른 외국에 살아도 항상 생활하면서 그 언어를 접한다면 금방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합창단원들의 일상 생활도 궁금했다.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공부하는 것 외엔 주말이 되면 빈에 사는 친구들은 집에 가고, 외국에서 온 친구들은 학교에 남죠. 학교 대표가 저희를 여러 여행에 데려가곤 하는데 내용은 매주 달라져요. 크리스마스에는 스케이트를 타러 가거나 크리스마스 마켓에 가기도 한답니다. 비엔나에는 즐길 거리가 무척 많아서 심심하진 않아요."
박 군은 지난해 오른 무대 중에서는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의 공연을 꼽았다. "크리스마스 즈음이었는데 좌석이 전석 매진 됐어요. 객석의 분위기도 축제 같았어요. 매 곡이 끝날 때마다 뜨거운 환호를 보내주셔서 더 신이 났답니다."
올해 한국 무대에 서는 감회도 새롭다. 가족과 친구들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어서다. "이번에 중세 음악부터 현대 음악까지 모두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모든 곡들을 다 좋아하지만 '볼라레'를 특히 좋아해요. 짧은 솔로 연주도 할 예정인데, 제가 잘 할 수 있겠죠?"
노래를 좋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고 먼 길을 떠났지만 즐기면서 생활하는 그의 꿈은 무엇일까. "아직 깊이 생각해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노래를 부를 것이라는 건 확신해요. 무슨 일이든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살 것 같아요." (끝) / hit@hankyung.com
(윤정현 문화부 기자) "수학, 영어, 독일어, 역사, 지리, 생물학, 물리, 음악, 미술 및 공예, 체육 수업을 듣는데요, 저는 수학을 제일 좋아합니다." 성을 방문하기도 하고 하이킹을 가기도 한다. 무대에 서지 않을 때 빈소년합창단 단원의 일상이다. 빈소년합창단의 한국인 단원 박시유 군(사진·13)을 서면으로 만났다.
빈소년합창단은 오는 18일과 19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내한 공연을 앞두고 있다. 빈소년합창단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프란츠 슈베르트' '요제프 하이든' '안톤 브루크너' 4개 팀으로 나뉘어 전세계를 누빈다. 각 팀은 2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한 팀은 오스트리아에 남아 빈 궁정 예배당의 주일 미사를 담당하고 나머지 세 팀은 전 세계를 투어하며 순회공연을 한다. 올해 한국을 방문하는 팀은 지휘자 마놀로 까닌이 이끄는 브루크너 팀이다. 헨리 퍼셀의 '오라 그대 예술의 자녀여', 펠릭스 멘델스존 바르톨디의 '찬양하여라, 주님의 종들아' 등을 파이프 오르간과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박 군은 2017년에 합창단에 입단했다. 부모님과 함께 거제도에 살던 그가 어떻게 빈까지 가게 된 걸까. 거제도 교회에서 합창단원으로 활동하던 그는 2017년 서울에서 열린 빈소년합창단 공연을 볼 기회가 생겼다. "소리가 정말 아름다웠고 단원들이 무척 행복해 보였어요. 막연하게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박 군의 바람을 들은 어머니는 합창단 측에 '오디션을 보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다. 답장은 빨리 왔다. 서울에서의 두 번째 공연이 있던 날 '오디션을 보자'고 온 것이다. 박 군은 합창단 대표이자 음악감독인 게랄드 비어트의 심사로 오디션을 봤다. "게랄드 비어트 선생님이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크게 긴장하진 않았어요. 짧은 준비 운동 후에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를 불렀습니다." 며칠 수 수습 기간에 참여하라는 메일을 받았고 아버지와 함께 빈을 방문했다.
오디션을 본 후 입단까지 한달 정도 밖에 안 걸렸을 정도로 속전속결로 일이 진행됐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과 헤어져 갑자기 바뀐 환경에 적응하려면 힘들진 않았을까. "시간이 빨리 지나갔어요. 처음에는 독일어를 배우는 게 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익숙해지더라고요. 다른 외국에 살아도 항상 생활하면서 그 언어를 접한다면 금방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합창단원들의 일상 생활도 궁금했다.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공부하는 것 외엔 주말이 되면 빈에 사는 친구들은 집에 가고, 외국에서 온 친구들은 학교에 남죠. 학교 대표가 저희를 여러 여행에 데려가곤 하는데 내용은 매주 달라져요. 크리스마스에는 스케이트를 타러 가거나 크리스마스 마켓에 가기도 한답니다. 비엔나에는 즐길 거리가 무척 많아서 심심하진 않아요."
박 군은 지난해 오른 무대 중에서는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으로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의 공연을 꼽았다. "크리스마스 즈음이었는데 좌석이 전석 매진 됐어요. 객석의 분위기도 축제 같았어요. 매 곡이 끝날 때마다 뜨거운 환호를 보내주셔서 더 신이 났답니다."
올해 한국 무대에 서는 감회도 새롭다. 가족과 친구들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어서다. "이번에 중세 음악부터 현대 음악까지 모두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모든 곡들을 다 좋아하지만 '볼라레'를 특히 좋아해요. 짧은 솔로 연주도 할 예정인데, 제가 잘 할 수 있겠죠?"
노래를 좋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고 먼 길을 떠났지만 즐기면서 생활하는 그의 꿈은 무엇일까. "아직 깊이 생각해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노래를 부를 것이라는 건 확신해요. 무슨 일이든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살 것 같아요." (끝) /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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