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15일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여당 예비후보들 중에 '친문(친문재인) 경력자'들이 대거 눈에 띄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나 대통령 직속 위원회 등에서 근무했거나, 과거 문재인 대통령 대선 캠프에 있던 참가자 등입니다. 이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경력란에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눈에 띄게 표시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인 호남 지역에서 이같은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광주 동구남구갑에서 예비후보로 나선 민주당 주자 세 명은 모두 문 대통령 관련 경력을 적시해놨습니다. 윤영덕 후보는 잘 알려져있다시피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습니다. 이정희 후보는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시절에 광주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고 합니다.
최영호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으로 경력을 표시했습니다. 인근 서구을에서는 양향자 후보가 경력에 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이라고 적으면서 '문재인 대통령 임명'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광산구을에서는 민형배 전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과 박시종 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 선임행정관'이 나란히 예비후보로 나섰습니다. 김제시 부안군에서는 김춘진 후보가 '전 문재인 대통령 후보 전북총괄선대위원장'으로, 이원택 후보가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 청와대 행정관'으로 경력란에 기재했습니다.
수도권도 이같은 양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경기 여주양평에서는 민주당 소속 여섯 명의 예비후보 중 네 명이 직·간접적으로 문 대통령 관련 직함을 경력란에 표시했습니다. 권혁식 후보는 '전 더불어민주당 19대 대통령 선거 문재인후보 국민주권 중앙선대위 조직본부 부본부장'을, 신순봉 후보는 '제18대 대통령선거 문재인후보 중앙선대위 소통2본부 부단장'을, 최재관 후보는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 비서관'을, 한유진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을 경력으로 내세웠습니다. 경기 광명갑에서는 심재만 전 '문재인 대통령 후보 안보특보'와 임혜자 '전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나섰습니다. 김포을에서는 박상혁 후보가 '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행정관'으로, 박진영 후보가 '전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대변인'으로, 이회수 후보가 '전 대통령 직속 일자리 위원회 사회적 경제전문위원'으로 각각 경력을 표시했습니다.
아무래도 문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면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득표하는 데 유리할 것입니다. 그러나 후보자 개인의 자질과 상관없이 단순히 '친문 경력'으로 투표 결과가 갈린다면 제대로 된 선거라고 보기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21대 총선은 유독 현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출마 바람이 거세다고 합니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다른 어느때보다도 필요한 시기 같습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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