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청와대에선] 靑 안보실 김현종·최종건 갈등 내막은

입력 2020-01-03 16:32   수정 2020-01-03 16:41


김현종 청와대 안보실 2차장과 최종건 안보전략비서관간의 갈등설이 불거지면서 내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하관계인 외교안보실내 주요 인사끼리의 불화라는 점 못지 않게 실용주의자인 김 차장과 청와대내 대표적 '문정인 교수 라인'이자 자주파로 분류되는 최 비서관이 갈등이라는 점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두 사람간 갈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일 "두 사람간 조그마한 마찰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일을 하다보면 목소리 높일 일이 왜 없겠느냐"며 일상적 갈등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 차장의 직설적 성격을 생각하면 아무런 마찰이 없다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니냐"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언론에서 김 차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여러 억측을 낳고 있다. 청와대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김 차장은 출마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당내에서도 김 차장의 총선 차출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안팎에선 두 사람간 불화의 배경에는 대북정책 등 안보현안을 둘러싼 의견차이가 핵심이라는 관측이 나와 눈길을 끈다. 남북관계가 교착국면에 들어간 이후 청와대내 '자주파'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 만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미실무협상에만 맡겨놓은 채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금강산관광이나 식량 및 의약품 지원 등에서 너무 소극적이었지 않느냐는 내부 평가가 있다"고 전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한 경시' 배경에는 이같은 소극적 행보에 대한 실망감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남북관계를 협의하는 한·미워킹그룹이 예상치 못한 시어머니 역할을 하면서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든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이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 소위 청와대내 자주파들이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협상과 별개로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남북교류협력을 강화하자고 했던 주장을 상시시킨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과의 보조를 강조하면서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문 대통령의 발언 중에 '자주파'의 의견이 반영된 듯한 언급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지난 2일 신년인사회에서 문 대통령은 "평화는 행동 없이 오지 않는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더 운신의 폭을 넓혀가야 한다"고 밝혀 이런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문 대통령이 자주파의 주장을 받아들여 우리 정부 자체적으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시도를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는 결국 청와대에서 최 비서관 등의 자주파의 목소리가 앞으로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 차장과 최 비서관의 갈등을 단순히 두 사람간 마찰이 아닌 청와대 참모진간 남북문제를 포함한 외교안보 주도권 다툼으로 보는 시각이 등장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김 차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중용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청와대내에선 김 차장을 두고 '성격이 너무 직설적이지만 일머리는 아는 사람'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는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서 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밀어부치고, 이를 지렛대 삼아 미국을 통한 일본에 대한 압력 구상을 그려낸 데 결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난 8월엔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을 주장한 온건파들의 의견을 꺽고 종료 카드를 강하게 밀어부쳤다. 지소미아 종료 직전 한일 양국이 협상으로 선회한 데는 김 차장이 고안한 '우회 전술'이 통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다. 다만 강경화 외교부장관과의 설화를 비롯 여러 구설수를 야기하는 것은 그의 단점으로 꼽힌다. 김 차장은 최근 옛 친정인 산업자원부 관계자에게 "하도 욕을 먹어서 다른 생각 않고 당분간 일만 하겠다"는 속내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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