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경자년에 바라보는 경차의 미래

입력 2020-01-04 13:32   수정 2020-01-04 17:34


 -경차에 마지막 혜택을 쏟아붓는다면
 
 1990년 초반 많은 국민들이 자동차를 보유할 수 있도록 경제적인 자동차를 보급하기 위해 경차(經車) 지원 제도가 만들어졌다. 지금과 달리 자동차가 사치품인 탓에 가구당 두 대 이상 보유하면 중과세를 부담시키던 때 경차는 예외였다. 게다가 소득도 높지 않았으니 경차는 만들어내는 즉시 판매됐다. 하지만 소득이 증가하고 경차 비중 증가로 세수에 문제가 생기자 중과세 면제 혜택이 사라졌고 판매는 곤두박질쳤다. 

 다시 경차 혜택이 등장한 때는 2004년이다. '작은 차=환경에 좋은 차'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개별소비세와 취득세 면제 등이 부여되자 시선이 다시 모아졌다. 실제 2011년에는 국내 자동차 시장 내 점유율이 15%까지 치솟았다. 또한 800㏄ 배기량 기준도 1,000㏄ 미만으로 확대돼 성능 불만도 잦아들었다. 이른바 '경차 전성시대'가 펼쳐진 셈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개별소비세 면제와 취득세 감면, 그리고 무조건 사야 하는 공채 구입의무도 없지만 경차는 내리막이다. 공영주차장 및 고속도로통행료는 50% 할인이고, 한미 자동차 FTA 협정이 경차 보유자에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이유로 경차 1대를 보유했을 때 연간 20만원의 유류비용도 환급하지만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한다. 최근 5년 사이 국내 판매가 18만대에서 10만대 이하로 떨어진 게 방증이다. 

 이유는 세금 면제와 고속도로 및 공영주차장, 종합보험료 등의 할인과 같은 혜택이 더이상 특별하게(?) 여겨지지 않을 만큼 소득이 늘어난 점, 그리고 세제 혜택을 빌미로 제조사가 가격을 높인 점, 또한 경차의 대체재로 소형 SUV가 등장한 점이 꼽힌다. '경제적 혜택'과 '개인적인 선호도' 가운데 무게추의 기울기가 '선호도' 쪽으로 옮겨 갔다는 의미다. 상당한 할인 제공에도 경차 판매가 저조했던 것은 이른바 시대의 변화였던 셈이다. 

 이 같은 경차의 발자취를 되돌아볼 때 앞으로도 경차의 운명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더욱이 올해도 경차 수요를 빼앗아갈 준중형 및 소형 SUV 신차가 쏟아질 예정이니 경차 위축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일자리 문제와 연관 지으면 경차 전문 생산시설인 한국지엠 창원공장의 인력 감축이 지금보다 가속화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창원공장 비정규직 계약 연장 종료 또한 근본적인 이유는 경차 불황에서 비롯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경차 시장에 '마지막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중이다. 경차에 남아 있는 각종 비용 부담을 아예 없애자는 목소리다. 고속도로 및 공영주차장 이용료 50% 할인은 100% 면제로, 자치단체에 납부하는 자동차세는 50%로 낮추자는 의견이다. 어차피 정부 지원 없이 경차는 존재감이 없다는 점에서 추가 지원을 쏟아붓자는 것이다. 물론 최후의 처방으로 판매가 회복될지 장담할 수 없지만 적어도 경차가 태어난 목적을 떠올렸을 때 극약(?) 처방은 필요성이 높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에서 경차는 결국 사라질 수 있어서다. 특정 제품의 존재 유무는 시장 변화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지만 적어도 경차는 정부가 탄생시킨 만큼 의미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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